영원히 바래지 않는 낙엽처럼(2)

by 하명환

항상 같은 창문.

그리고 그곳으로 보이는 것은 항상 같은 나무 뿐이었다.


"내가 여기에서 지낸 지 벌써 얼마나 지났을까?"


이곳에 있으면 시간의 흐름에 점점 무뎌지는 것만 같았다.


기온은 그다지 변하지 않는다.

여름에는 항상 시윈하고, 겨울에는 항상 따뜻했다.

내가 있는 병실은 항상 일정한 온도로 유지되고 있었기에,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는 너무나 어려웠다.


시간이 흐른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은 창문으로 보이는 나무에 매달려있는 나뭇잎뿐이었다.


새싹이 자라고, 푸른 잎을 띄우고, 붉게 물들어, 전부 진다.


옆에 있는 시계도 조금은 바뀌었다.

처음에는 깔끔한 색이었지만, 손때를 타서 그런지 조금은 바랜 느낌이다.


그 이외에는 모든 것이 같았다.


밥을 먹는 시간도.

잠을 자는 시간도.


삐빅... 삐빅...


정기적으로 들려오는 기계소리까지.


그 모든 것들이 자신의 감각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15살이 된 여자아이에게는 견디기 힘든 감각이었다.


"꺄르르르륵~"


움찔


저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몸이 저절로 움츠러든다.


사람들을 너무 만나지 않은 탓인지, 비슷한 또래의 목소리만 들려도 이렇게 겁을 먹게 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찾아온다.


"몸이 건강했다면 나도 같이 놀았을 텐데."


처음엔 이렇게 길어질 입원이 아니었다. 잠시 몸이 안 좋아졌고, 그래서 잠시 입원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퇴원을 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고, 친했던 친구들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게 되었다.


"그 아이들이 나쁜 게 아니야."


그저 시간의 흐름이 다를 뿐이었다.


내가 이곳에 있는 동안, 그 아이들도 각자의 경험을 가지고 지낼 테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씁쓸한 감정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몰래 뛰쳐나갈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대가는 매우 컸다.


몇 걸음도 옮기지 못하고 쓰러진 소녀에게 찾아온 엄청난 고통.

그리고 그런 소녀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부모님.


어쩔 수 없다며 포기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은 어린아이였으니까.


"하아... 저 나뭇잎이 단풍이 들고, 전부 떨어진다면... 나도 같이 가겠지?"


최근에 읽은 소설에 나온 대사를 읊으며 비운의 주인공에 자신을 대입해 보았다.


분명 지금의 내 모습은 굉장히 가련한 소녀처럼 보이겠지.


"푸흣...!"


그런 생각과 함께 사색에 잠기려고 하는데 분위기를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


두리번두리번


소녀는 들려온 목소리를 찾으려 병실을 둘러봤지만 당연하게도 아무도 없었다


"나뭇잎이 푸흣...! 떨어지면 나도 가겠지...? 푸하하하!"


하지만 목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고, 비아냥에 소녀의 얼굴은 더욱 붉어지고 있었다.


"어디야! 어디서 비웃는 거야!"

"여기야. 여기."


똑똑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창문 밖에 소녀와 비슷한 소년이 장난기 넘치는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여기는 2층인데?"

"거기 올라가면 안 된다고 했잖아!"


소녀는 하늘에 떠 있는 소년에게 놀라고 있자, 누군가의 큰 고함이 들렸다.


당연히 하늘을 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저 나무에 매달려있을 뿐.


"으악! 들켰다."


깜짝 놀란 소년은 능숙하게 나무를 타고 재빠르게 이동한 뒤, 소녀의 병실 창문을 두드렸다.


"열어줘! 빨리! 나 혼난단 말이야!"

"어, 어...? 어..."


소녀는 당황하며 자신도 모르게 창문을 열어주자, 소년은 재빠르게 방 안으로 들어와, 소녀의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어? 야! 거긴..."

"쉿...! 쉬이이이잇!"


소년은 검지손가락을 입에 대며 조용히 해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허..."


그 당당함이 소녀에게는 그저 황당할 뿐이었다.


"이 녀석. 어디에 숨었어!"

"여기요."


소녀는 뒤이어 찾아온 간호사에게 망설임 없이 침대 밑을 가리켰다.


"여기는 함부로 들어오면 안 되는 곳이야! 당장 나와!"

"아얏! 아파요. 아파. 귀 찢어져!"


간호사에게 들킨 소년은 귀를 잡아당기며 끌려나갔고, 소년이 끌려나가자 방금까지의 소란이 거짓말이었다는 듯이 조용해졌다.


"뭐야. 이 상황은..."


매일 똑같은 일상이 지루하다고 느끼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의 변화를 바란 것은 아니었다.


"꿈인가?"


삐빅... 삐빅...


그저 기계소리가, 평소와 똑같은 일상이라고 알려주는 것처럼 지금까지와 똑같은 간격으로 소리를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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