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면

우리는 왜 눈이 오면 행복해할까요

by kaei

눈이 펄펄 내리고 있습니다. 창 너머로 보이는 하얀 세상. 문뜩 의문이 듭니다. 우리는 왜 눈이 오면 이토록 좋아할까요?

빛의 수집가인 우리의 눈, 그 눈에 비치는 눈이 하얀색으로 보여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채색 중에 가장 밝은 빛의 하얀색은 정서적으로 감정과 생각들을 정화하고 해방감을 준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토록 해방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눈이 하늘에서 무질서하게 하늘하늘 흩날리며 대지에 소복소복 쌓이는 그 춤선도 소리도 너무 부드럽고 아름다워 우리의 마음을 행복하게 녹여주며 추운 겨울인데도 오히려 포근한 느낌을 줍니다. 그렇게 수북이 쌓인 대지는 원래 모습을 감추고 온통 하얀 세상으로 변해버립니다. 눈은 어둡고 지저분한 것들도 온통 하얗게 덮어버리는 마법사입니다. 그래서 우리 마음이 이 마법사 눈을 만나면 편안함과 자유를 느끼는 게 아닐까요? 차별 없이 온통 하얗게 만들어버린 하얀 눈이 마치 우리 마음의 어두운 구석도 꽁꽁 감싸준 것처럼 순수해졌다고 착각해서 말이죠.

그렇다면 우리는 왜 우리 마음의 어두운 구석을 드러내는 일을 그토록 두려워할까요?

모양을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은 빛을 받는 쪽이 있다면 그림자가 생기는 어두운 구석이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습니다. 빛을 향한 쪽은 환하게 빛나지만 바로 그 밑엔 어둡게 감춰진 모습도 있습니다. 그곳이 바로 우리가 정직하게 마주하고 안아주고 방향을 틀어 빛을 마주할 수 있어야 할 가장 소중한 마음의 자리입니다. 어둡다고 멀리하고 방치하고 꽁꽁 숨겨두었던 그 자리를 머리를 숙이면 보입니다. 해가 밝게 비추면 쌓였던 눈이 녹고 세상이 다시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듯이 그림자로 어두웠던 마음의 자리에도 빛이 스며들면 그대로 아름다웠던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우리 마음을 돌보는 일, 그것보다 더 행복하고 중요한 일이 있을까요? 온통 밝게 빛나는 마음은 어디에서도 따뜻하게 환하게 주변의 어두움을 거두는 힘이 있으니 내가 밝아지면 주변도 자연스럽게 밝아지기 마련입니다.

하얀 눈을 바라보며 그렇게 꽁꽁 감춰둔 얼어있은 마음의 구석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모두 밝게 빛나는 우리 본래의 마음을 찾아 서로서로를 따뜻하게 비춰주는 그런 세상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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