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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봉틀을 돌리다.

친정어머니의 유품

by mini

어느날인가 남동생이 내게 말한다.

이런저런 공구들을 정리할 수 있는 정리함을 만들수 있냐고.

할수 있다면 하나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한다.

무언가를 뚝딱뚝딱 만드는 걸 좋아하는 동생은 연장도 가지런히 소중하게 보관하고 싶을게다.

남동생이 원하는 디자인을 머리속에 넣고 필요한 원단을 챙겼다.

사용하다 남은 원단은 조각이라 할지라도 다 보관하고 있으니 공구함 하나 정도는 거뜬히 나올것이다.

재봉가위로 원단을 이리저리 자르는 소리와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 그리고 작업대 위에 어지러져 있는 도구들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사진의 재봉틀은 친정어머니께서 생전에 사용하시던 자개가 박힌 재봉틀이다.

어머니 생전에 저 재봉틀을 내게 달라고 말씀 드렸더니 어머니께서 저런 고물딱지를 뭐할라고.

라고 말씀하셨다.

어릴때 마루에다 재봉틀을 놓고 드럭드럭 소리를 내며 삼베보자기 가장자리도 박고, 내게는 모시 주름치마를 허리둘레와 적당한 길이를 측정하여 만들어주셨다.

빳빳하게 풀을 먹여 주름이 예쁘게 잡힌 치마를 입고 학교에 갔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엄마대신 내가 우리 오남매와 내 가족의 이것저것을 만들고 있다.

커텐과 원피스, 잠옷바지, 앞치마, 식탁보, 낮잠 이불 등등 살면서 필요한 것들은 뚝딱뚝딱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 오남매와 내 가족들은 나의 어슬픈 작품들을 너무 좋아한다.

게다가 최고의 작품이라고 치켜세워준다.

가끔씩 엄마에게 상냥하지 못했던 철없던 시절이 생각난다.

후회와 미안함이 밀려오지만 바느질 할때만큼은 엄마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내 마음이 편안하다.


일하면서 마시는 믹스 커피 한잔은 세상에 둘도 없는 최고의 맛이다.

반쯤 완성되었을때 동생에게 보여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5년후 퇴직을 하는 동생은 퇴직 후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자 준비중이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문전옥답을 고이 간직하겠노라며 대대손손 망가트리지 않고 물려주겠다고 한다.


첫번째로 하는 일이 문전옥답에 농막을 짓는 일이다.

농막관련 허가를 받고 전기와 수도 사용관련도 허가를 받아놓았다고 한다.

빈시간을 이용해 농막을 지어야 하니 진행이 늦을수 밖에 없다.

동생도 나랑 성향이 비슷해서 식물가꾸는 것을 좋아한다.

벌써 본인이 좋아하는 나무 몇 그루를 심어놓았다고 자랑을 한다.

우리는 서로의 식물을 사진으로 교환을 하며 즐거움을 나눈다.

나의 정원에 있는 식물들 중 내 동생에게 가져다 줄것이 무엇인가를 또 찾아봐야겠다.


내 부모님이 물려주신 땅을 남동생은 귀하게 생각하고 소중하게 다루고 있다.

빈땅은 하나하나 채워 나가면 될일이고 그런데 내가 설레이는건 뭘까?

그저 행복도 하다.

이 저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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