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의 손길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시골 친정집은 비어 있다.
우리 오남매는 가끔씩 시간 나는대로 친정집에 가 본다.
비어 있는 집이라 혹시라도 손볼때가 있는지, 우편물이 와 있지는 않는지, 이웃분들도 궁금하기도 해서이다.
이번에 여동생과 남동생 부부 그리고 나 이렇게 친정집으로 갔다.
대문옆에 앵두가 빠알갛게 익어가고 있고, 붉은 덩굴장미가 낡은 회색빛 담을 덮고 있었다.
마당에는 녹슨 가마솥에서 붉은 무쇠 조각들이 떨어져 나오고 있고, 살구나무는 주인의 손길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잎을 달고 잔가지를 많이 만들어 하늘을 가릴 정도이다.
나의 발길이 닿는곳 마다 부모님의 흔적이 존재한다.
창고에 들어가보니 대나무로 만든 빛이 바랜 소쿠리와 나무를 둥글게 말아서 테두리를 하고 명주실로 만든 체(액체나 곡식을 걸러는 용도로 사용)도 보인다.
그 중에서도 아버지께서 직접 만든 다슬기 잡는 도구가 보였다.
나무로 사각 테두리를 만들고 유리를 끼워 촛농으로 고정을 시켜서 다슬기 잡을 때 사용하라고 만들어 주셨다.
다슬기를 잡을 때 물이 들어오지 않고, 흐르는 물결에 눈이 피곤하지도 않다.
지금은 플라스틱으로 테두리에 유리를 끼워 시중에 팔곤 하지만 그때는 그런 물건들이 없을때였다.
우리 오남매는 여름에 집앞 강가에서 다슬기를 잡으며 물놀이를 했고, 엄마는 그 다슬기로 들깨가루와 부추를 썰어 넣고 수제비를 끓여주셨다.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부모님이 사용하던 물건을 보면서 다시 한번 더 부모님을 느낀다.
조만간 아버지께서 만들어주신 저 다슬기잡이 도구로 다슬기를 잡아서 내 엄마처럼 들깨가루와 부추를 썰어넣고 다슬기수제비를 만들어 먹어야겠다.
아버지께서 다슬기잡이 도구가 시중에 나오기도 전에 만들어주신 작품ㅎ
곡식의 양을 측정하는 도구로 됫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