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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비오는 날에는.

나는 비를 좋아했던 시골 소녀였다.

by mini

어제 오늘 연속으로 비가 내리고 있다.

바람도 불지 않고 내리는 비는 어떤이에게는 추적추적 내려서 싫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고, 어떤이에게는 내리는 빗방울 속에서 어린시절의 추억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다고도 할 것이다.

나는 후자다.


아주 어릴때는 초가지붕으로 된 집에서 살았다.

일년에 한번 가을에 추수가 끝난 후 해묵은 지붕을 걷어내고 새로운 볏짚으로 예쁘게 이엉을 잇는다.

엄마는 맛나는 점심을 준비하고 아버지와 이웃 아저씨는 초가지붕의 이엉을 잇고 우리 5남매는 볏짚덩이에서 숨바꼭질을 하며 놀았다.

비가오는 날은 초가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받으려고 양철통을 처마끝에 두었고, 비가 그치면 엄마는 그 빗물로 딸들의 머리를 감겨주었다.

양철통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청아했고, 빗방울이 떨어지며 만들어내는 동그라미가 예뻐서 내 손바닥에 빗물을 받아보았다.

손바닥에 들어온 빗물은 동그라미 대신 기분 좋은 간지러움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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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막내여동생 집에 네자매가 모였다.

옛날 어릴적 이야기에 신이 났다.

양철통 대신 스텐레스통을 처마끝에 두고 빗물을 받고 있다.

마루에 앉아서 양푼이에 열무물김치로 밥을 비비고 부추전을 부쳐서 먹고 있다.

어제는 강둑에 가서 쑥을 가득 뜯어왔다.

그리고 다슬기도 제법 잡았다.

뿍지(동사리)도 한마리 잡아서 연못에 넣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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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에 살고 있는 남동생 부부를 불러서 다슬기와 부추를 잔뜩 넣고 수제비를 해먹을 참이다.

막걸리도 있었으면 좋겠다.

부모님도 계셨으면 좋으련만 빗소리로 대신 하기로 하고 어린 시절 추억으로 다시 빠져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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