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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 Feb 03. 2024

그는,

매일 술을 마신다.

그는 술을 좋아한다. 매일 저녁이면 밥상에 술병이 올라온다.


나는 물어보았다.


"술은 왜 마셔?"

"술을 마시면 기분이 어때?"


그는 말했다.


"왜 마시는지 잘 몰라"

"술 마시고 나면 기분이 어떤지 생각해 본 적 없어"


나는 말했다.


"저녁마다 마시잖아"

"그런데도 모른다고?"


그는 말했다.


"마시는 양은 얼마 안돼"


나는 술의 양을 알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매일 술을 찾는 이유를 물었는데 그는 말해주지 않았다.


그의 형은 은퇴 후 밥 대신 술만 마신다.

피골이 상접해 있는  그의 형을 걱정하는 그, 그러면서 그는 그의 형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그는 그의 형과 7살 차이가 난다.

둘이 점점 닮아가고 있는데 그는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한다.


'아닌데 똑같은 길을 이미 걷고 있는데' 라고 나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그의 어머니도 82세로 돌아가실 때까지 하루 세끼 밥상마다 술과 함께였다.

밥 한 숟갈에 술 한잔 그리고 반찬은 눈요기로만 지나쳐버린다.

나중에는 목마를 때 물대신 술을 찾았다.

늘 술냄새가 났다.

싫었다.


그도 언젠가 그의 형처럼 그의 엄마처럼 그런 모습을 나에게 보여줄 것이다.

술을 한 방울도 못하는 나는, 그의 형도 그의 엄마도 그리고 그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 술에 휘감겨 살아가고 있는지 매우 궁금하다.


나는 오늘밤 잠이 오지 않는다.

나는 술이 아닌 뜨겁게 끓인 우엉차를 옆에 두고 그, 그의 형, 그리고 그의 엄마를 생각해 본다.


나는 각종 차를 마신다.

그는 나에게 차를 왜 마시는지 한번도 물어본 적이 없다.

그가 물어보면 나는 답해 줄텐데.

'차는 나의 정신을 색다르게 만들어주니까' 라고.


인간은 다들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하지만, 내 눈에 보이는 그들 셋은 똑 같다.

그런데 그들 셋은 서로가 서로를 다르다고 부정했다.

어떤 점이 다를까 생각해 본다.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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