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i Mar 14. 2024

나는 사랑에 빠졌다.

나에게 그리고 그릇에.

2024년 올해 나의 목표는 세 가지였다.


첫째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고 고향으로 가는 것.

둘째는 고향에 가서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는 것.

세 번째는 그곳에서 홍차전문점을 운영하는 것.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내놓은 지 두어 달만에 팔렸고, 고향에 가서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는 것도 이루었고, 그리고 홍차전문점 오픈은 지금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나는 해낼 것이다. 그리 큰 욕심은 아니니.


나는 살면서 그릇에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았다. 왜냐하면 두 아이들을 키우고 집안일을 하면서 경제활동도 하다 보니 예쁜 그릇이 눈에 들어올 여가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릇은 음식을 담으면 되는 것이지 많은 돈을 들여서 살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도 없잖아 있었다.


그런데 홍차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니 차를 담는 찻잔이랑 디저트 접시, 샐러드접시, 그리고 아주 큰 접시 등 많은 그릇들이 필요했다. 하나씩 들여다보니 어쩜 그리 사랑스럽고 이쁜지 나는 단번에 그들에게 반해버렸다. 백화점이나 아울렛 그리고 빈티지나 엔틱 가게를 돌아다니면서 그릇들을 사 모았다. 


그릇을 사다 보니 이야기가 담긴 그릇이 사고 싶어졌다. 오랜 세월을 품고 누군가가 소중하게 품고 있던 그런 그릇들을 찾기 시작했다. 어떤 그릇은 대대손손 물려온 그릇들도 있고, 또 어떤 그릇은 어려운 살림살이로 인하여 돈으로 바꿔진 그릇도 있다. 나름 사정이 있는 우리들의 인생사가 그대로 그릇들 안에 녹아 있다.


그릇 중고거래에서는, 엔틱이란 생산된 지 100년이 넘었다는 걸 의미하고, 빈티지는 백 년이 안된 그릇들을 의미한다고 했다.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의 나라에서 귀족들은 집안일도, 아이들 양육도, 그들이 직접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남아 그들끼리 차를 마시는 문화가 발전이 되었고, 차만 마시기는 심심하니 손자수와 뜨개질을 하였다. 그들이 남긴 물품들을 지금 나는 환장한 듯 찾고 있다. 


귀족 여인들은 차를 마시면서 그리고 손자수를 놓으면서 무슨 이야기들을 나누었을까. 그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궁금하다. 그들의 손길이 닿았던 찻잔을 지금 내가 만지고 있다. 홍차를 붉게 내려 마셔도 본다. 그들이 나눴던 이야기 속에 빠져도 본다. 로마 귀족 여인들의 반은 카이사르의 연인이었다는 말이 있다. 현재 연인관계에 있거나 또는 연인이길 원하는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나는 홍차전문점을 11시 30분에 오픈해서 오후 6시가 되면 문을 닫을 것이다. 나머지 시간은 차와 찻잔과 함께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백 년 전의 여인들을 생각하면서 나는 나의 이야기를 만들 것이다. 홍차만 파는 것이 아니라 찻잔 속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팔 것이다. 작은 찻잔이지만 나름 정성껏 가득가득 채워서.


찻잔을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 찻잔 속에 내가 보인다. 사랑스럽다. 지금부터 끊임없이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찻집 이름도 지었다.

'블랙 티 하우스'. 


4월 말쯤, 꽃이 가득한 정원에서 커피와 홍차 그리고 백 년 전 삶의 이야기가 가득한 '블랙 티 하우스'에서 나는 새로 탄생할 것이다.

           영국 웨지우드사에서 만든 제스퍼웨어로 그리스 신들의 그림을 부조형식으로 만들었다.

                                            귀족여인들의 화려한 옷차림

많은 사연이 담겨 있는 찻잔들

                               도자기 장인의 땀과 정성이 담긴 찻잔들

작가의 이전글 그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