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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릴수록 건강하게

핑계 대지 말 것

by 루이덴


계절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봄은 즐길 새도 없이 지나가 버린 것 같다. 계절을 타지는 않지만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나로서는 요 며칠 흐리고 비 오는 날씨에 컨디션이 급격히 다운되기도 하고 반짝 뜨는 햇살에 다시 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종잡을 수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아무런 결과가 보이지 않는 날들처럼 언제까지 이런 불확실한 미래를 불안해하며 살아야 하는지. 평소 지나간 일에 미련두지 않는 성격의 나지만 올해는 정말 힘든 것 같다. 나의 결정이나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후회하고 싶지 않지만 결국엔 너무 성급한 결정이었을까 후회하는 날이 올까 봐, 나 자신을 그리고 나의 선택을 믿지 못하고 두고두고 곱씹으며 할걸 하지 말걸 껄껄 무새가 될까 봐 잠을 설치기도 한다.


이럴 때, 모든 게 불투명하고 흐려서 내 눈을 가릴 때,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나는 나를 위한 밥상을 차린다. 지지 않겠다는 작은 반항이라고나 할까.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음식이 뚝딱 배달되는 세상에서 무기력하거나 울적해질 때 나는 오히려 내 몸을 움직인다. 그런 이유로 운동도 꾸준히 정기적으로 다니고 있으며 지금 당장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언어 공부도 계속하고 있다. 아침 6시와 7시 사이에 일어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침구를 정리하고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며 청소를 한다. 구석구석 꼼꼼히 닦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널브러진 소품들을 정리하고 머리카락을 치우며 바닥을 뽀득뽀득 닦아내고 나면 내 마음도 개운해진다. 씻고 나와 커피를 내리고 우유를 데우고 미리 얼려둔 밥을 꺼내 해동시키고 계란프라이를 하거나 당근을 굽거나 간단하지만 조금은 품이 들어가는 요리를 나를 위해 한다. (햇반을 사지 않은지 6개월이 되어가는 듯하다!) 오늘은 낫토에 오이, 계란프라이를 얹은 간장 버터 밥이 이른 점심 메뉴로 당첨되었다.


든든히 먹고 오늘의 할 일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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