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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마음을 다해 축하할 때

근묵자흑

by 루이덴


애정하는 지인의 결혼식에 다녀온 토요일.

저녁 예식은 이 번이 두 번째였는데 낮 예식과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코로나 이후로 확실히 결혼식 참석을 많이 하게 되면서 다양한 커플들의 모습, 예식장의 분위기들을

볼 수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그날의 공기, 분위기 모두 결혼하는 신랑 신부들을 참 닮아있었다.

이렇게나 다양한 사랑의 모양, 사랑의 색이라니. 나의 좁은 식견을 넓혀주는 계기가 되어준다고 생각되어

개인적으로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식 자체는 참 좋아한다.

정말 온 마음 다해 마음껏 축하하고 축하해도 모자란 유일한 날이라고 생각이 들고

그들의 새로운 챕터의 시작에 나를 초대해 주었다는 게 감사한 그런 하루.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이 끝난 이후의 신랑 신부 태도에 따라 귀한 내 시간을 허비했다는 생각이

드는 경험도 가끔은 있지만 아직까지 그런 경우보다는 내 마음까지 충만하게 행복해지는

결혼식들이 더 많았어서 그 조차도 참 감사한 삶이다.


나는 음식에 큰 관심이 없어서 결혼식장의 음식에 대해 관대한 편인데 (맛없으면 안 먹으면 그만이라는 생각)

이번에 다녀온 곳은 식사도 정말 훌륭해서 내 마음속 유일하게 리스트업 된 식장이다.

그동안 다녀온 식장들 중에는 명성 대비 공간 자체가 별로인 경우들도 있었는데 여긴 정말 맛있었다.

배가 부른데도 아까워서 먹는다는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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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혼식이 더 뇌리에 남는 이유는 신부 측 아버님의 축사가 너무 와닿았기 때문이다.


돈, 명예, 체면 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행복하고 재미나게 살아야 한다는 것.

혹시라도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게 된다면 최대한 즐기도록 할 것.

싸움은 짧고 굵게, 화해는 빠르게 하기. 주변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기.

그리고 (이곳에 적기는 조심스럽지만) 딸에 대한 사랑이 듬뿍 느껴지는 마지막 멘트까지,

확실히 어느 시점부터는 결혼식에서 울지 않게 되었는데 오랜만에 눈물 맺히는 감동의 시간이었다.


나에겐 여전히 생판 남으로 몇십 년을 살아온 사람들이 사랑에 빠져 가정을 이룬다는 게 낯설고

신기하게만 느껴지는 개념인데, 이렇게 인연을 만나 연애를 하고 깊어진 사랑으로 결혼을 해

가정을 이루는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몽글몽글 폭신한 분홍색 구름 거품들이 나를 감싸주는 기분이 든다.

그들의 행복을 내가 전부 알 순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전해지는 것 같아서,

그렇게 좋은 기운 가득한 사람들이 내 곁에 있어주어 나 역시 행복해지는 것 같아서 고맙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며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그래서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나도 좋은 기운을 나누어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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