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알고리즘

괴리감

by 루이덴



한참 전에 우연히 알게 되어 구독하며 종종 보던 유튜버가 있었다. 일하는 일상, 하루의 일과등을 올리는 별 다를 거 없는 브이로거였는데 그가 전해주는 분위기나 감성이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었다. 중간중간 범상치 않은 센스의 브금 설정이라던지 영상의 색감, 구도 등이 참 보드라웠는데 사실은 어린 나이에 집안의 가장이었고 투잡 쓰리잡을 하며 모든 집안일을 담당하면서도 불평 한 번 하지 않던. 사정을 알 수 없는 구독자들은 그저 오늘도 힐링했다며 찬양의 덧글들만이 가득했는데, 그 사람은 너무나 아깝고 아쉬운 삶을 너무 짧게 마감하였다. 뒤늦게 보이는 영상들 속 구조 신호들을 왜 눈치채지 못했나 아쉬워하는 덧글들이 이제는 줄을 잇고 나도 여전히 구독 취소를 하지 않은 채 간간히 알고리즘에 뜰 때마다 괜히 보고 있다. 이 조회수로 인한 수익이, 그가 떠나기 전까지 걱정했을 가족들에게 전달이 될까 하는 생각에.


나의 착잡한 마음을 채 정리하기도 전에 영상이 끝나고 다음 영상으로 뜨는 알고리즘에는 올 한 해 사모은 여러 명품들 소개하는 하울 영상 같은 게 떠서 한 참을 멍하니 쳐다봤다. 누구는 한창나이 때 어깨 위 짐들을 내려놓지 못해 자신의 꿈, 자신의 삶을 뒤로 뒤로 미루다가 그 무게에 져버리고 누구는 그저 단순 만족을 위해 구매한 사치품들을 리뷰하며 인기템이라고 해서 샀는데 내 취향은 아니라 쓸지는 모르겠다며 웃고. 다른 사람이고 다른 삶이지만 이 둘의 영상이 붙어서 나에게 뜬다는 게 참 기이하고 괴리감이 들었다. 물론 형편 되고 여유되면 (합법적이기만 하다면) 어디에 무슨 돈을 쓰든 전혀 상관없는 건 맞지만 이 영상 추천의 순서가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다.


나는 나 자신을 포기해 가며 가정과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 vs. 돈이 차고 넘쳐서 쓰지도 않을 고가의 제품들을 남들 즐거우라고 플렉스 하는 사람의 사이에 있는 사람으로 가끔은 뭐가 맞는 걸까 싶어진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도 주어진 환경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과 타고나기를 풍족하게 태어나 큰 노력 없이 원하는 바를 이루며 살 수 있는 사람.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태어난 - 어쩌면 태어남을 당한 - 게 죄인 경우와 복인 경우. 그 차이의 이유는.


그냥 부유한 분은 덕분에 내가 살며 해보지 못할 플렉싱 보는 재미를 주셔서 고마운 게 다라면 가보고 싶었던 곳, 하고 싶었던 일 한 번 못해보고 져버린 어린 영혼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