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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이 없을 땐 여행 사진을 본다

나를 일으키는 건 결국 나 자신

by 루이덴



요 몇 달 나름 열심히 달려오다가 요 근래 들어서는 내가 느끼기에도 무언가에 대한 의욕이나 열정이 팍 식어버린 기분이다. 한껏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일들이 반복되어서 인 것 같기도 하고 왔다가 다시 사라져 버린 봄이 서운해서인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내 안의 배터리가 방전된 기분. 일상이 지루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고 혹시 우울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4월 중순에도 우박이 내리고 한 자릿수 기온을 찍고 기껏 드라이 맡겼던 외투들을 다시 꺼내 입는 와중에도 맑게 개는 파란 하늘이나 눈부시게 빛나는 초봄의 햇살등은 여전히 너무나 사랑스럽다.


이런 기분이 들 때에는 여행 사진들을 꺼내본다.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집순이라기보다는 혼자 있는 것이 더 중요한 사람인 것 같다. 혼자 다니는 여행은 나에게 에너지를 주고, 생각을 환기시켜주며 내일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또 여행 좋아하는 여자는 거르라고 한다. 돈을 헤프게 쓴다는 개념에서 파생된 것 같던데... 뭐 여행이 돈이 많이 드는 취미인 것도 맞고 사람마다 의견은 있을 수 있으니까... 그래도 참, 알 수가 없다. 여행을 종종 다니는 것 치고 다녀온 나라는 많지 않다. 갔던 곳을 여러 번 방문하며 전에는 못 봤던 새로운 풍경을 발견하고 그때는 없었던 가게를 방문하고 새롭게 시작된 전시를 관람하는 게 좋다. 도쿄, 오사카/교토/나라, 나고야, 도야마, 오카야마, 뉴욕, 샌프란시스코, 파리, 로마/피렌체, 아테네/이드라섬... (홍콩, 상해는 출장으로 몇 번 다녀왔었지만 여행으로는 글쎄 갈 일 있을까...) 배경의 사진은 피렌체 보볼리 가든에서 찍었다. 2019년 9월 말이었는데도 너무 더웠고 정말 헉헉 거리며 산을 오른 기억이 난다. 고생 끝에 낙원이 있다고 오며 가며 보는 풍경은 너무 예뻤고 기분이 좋았다.


공항까지 가는 길, 비행기에서의 억겁의 시간, 현지에서의 변수 등을 감수하더라도 여행을 떠나게 되는,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런 것 아닐까. 그 나라에서, 그 도시에서, 그 순간의 나를 다시 한번 꺼내 볼 수 있는 사진들을 보며 그때의 기분을 다시 한번 느끼고, 다시 또 일상을 열심히, 즐기며 살다가 또 새로운 환경으로 떠날 수 있게 응원을 해주는 것. 올해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꼭 다시 한번 떠나야지.


그렇지만 오늘은 무리해서 스스로를 일으키지 않으려고 한다. 가끔은, 주저앉아있는 것도 괜찮겠지. 오늘은 한숨 돌리고, 마음도 다스리고,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 나의 삶이 어떤 모양새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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