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고민

결정이 빨랐던 나인데, 이제사 무슨 신중 모드?

by 엄마딸

9월 8일부터 수시모집 접수 시작이다.

대졸자전형으로 지원할 계획.


간호대 가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 나서

너스케입에 올라오는 간호사 모집공고를 구경하고,

생각보다 페이가 너무 낮은거 아닌가? 싶었지만

어차피 이제 내 인생의 임금피크는 지금이라는 생각에

상관없다고 애써 합리화를 완료했다.


애초에 대학병원에 입사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고 (실제로 내 나이론 가능성 0%라는 결론)

종합병원에 입사하는 것이 최선 (이마저도 안된다면 요양병원이겠지)인데

만학도의 간호대 입학과, 취업에 대한 안좋은 글들을 많이 보다보니

잠시 혼란에 빠진 상태다.


머릿속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적으면서 정리해보자.


[간호대, 가도 되는 이유]

-인생은 길다. 60세까지는 일한다는 가정하에, 광고대행사는 아무리 노력해도 길어야 5년 남았다.

50세 이후 손가락을 빨고 살아야 한다. 지금 아파트를 월세 주고 지방에 가서 살면 월수익 250만원은 들어오겠지만 택도 없다. 남편도 나도 두번째 직업을 구해야 하고, 그 직업은 고소득일 필요는 없겠지만 200만원 이상의 고정수입은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머리가 더 굳으면 공부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마음 먹은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지금 내가 가진 이 우울함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싶었는데, 천국으로 가는 길목... 호스피스 병원의 간호사가 된다면 우울함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삶이 가능해질것만 같다. 표현이 이상하긴 한데... 내 일상은 매우 평범하고 안락한데에 반해 내 정신은 우울감에 휩싸여 있어 괴리감이 있다. 내가 만약 호스피스에서 일 한다면 나에겐 우울감이 뉴노멀이 되는게 아닐까 하는 희한한 논리가 머릿속에 자리잡았다.


-새로운 도전. 인생 한 번 사는건데... 2가지 일을 전문적으로 해보고 죽는 일.. 꽤 괜찮은 것 같다.

물론 광고대행사 다니는 사람을 전문직이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쳐주지도 않지만 어쨌든 20년 가까이 이 일을 했기 때문에 나름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그 전문성은.. 문서작성능력과 프리젠테이션, 그리고 설득의 소통레벨이 높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뭔가.. 병원에서도 소통이 중요하지 않나? 첫번째 직업을 통해 얻은 전문성, 장점으로 두 번 째 직업도 좀 더 수월하게......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여튼 쓰다보니 말이 꼬였는데...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두 번째 직업.. 가져볼만 하다는 뜻



[간호대, 잠시 망설여지는 이유]

*가고싶은 이유는 거창하게 쓸수가 있는데 망설여지는 이유는 하나같이 짜치다

-나이가 많아서 못따라 갈까봐 걱정된다. 20살 애들이 나를 이모로 보고, 느리게 보고, 원시시대 사람으로 볼텐데... 쪽팔린 것 같기도 하고.


-3년 개같이 배워서 졸업하면, 취업의 문턱에서 시간이 좀 걸릴 것이고.. 재수좋게 종합병원으로 취업하면 초봉 기준 월 실수령액 300, 요양병원으로 취업하면 260...뭐 이정도가 예상된다. 지금 버는 것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벌이. 나이도 들어가니 조금만 벌어도 생활엔 문제가 없지만... 쪼그라드는 느낌을 지울수는 없다. 지금은 걷다가 다리아프면 아무렇지 않게 택시를 타고, 쇼핑몰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크게 고민 없이 산다. 가족의 생일에도 몇십만원 아무렇지 않게 쓰고, 지인을 만나 밥을 먹어도 지갑을 먼저 여는 편이다. 이런 생활을 끝내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살짝 쪼그라든다. 마음이.


-태움? 개고생? 사회적 대우가 걱정된다. 자부심으로, 사명감으로 가져야 하는 직업인건 100번 알고 있는데 병원에서 환자가 "아줌마"라고 불렀을 때 난 아무렇지 않을 수 있나? 28살 먹은 선배가 나에게 "저기요, 제대로 좀 하실래요?"하면서 뱁새 눈 뜨고 째려보면 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나? 즉, 내가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가 남아있다.


가고 싶은 이유와, 망설여지는 이유가 서로 부딪히는데..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걱정만 해봤자 아무것도 내 인생은 달라질게 없을 거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방금)


그래 일단 9월 8일... 원서접수나 해놓고 생각하자.

(솔직히 다 떨어지면 고민을 할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


고민 일단은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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