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 ( feat. 클라이언트 타령 들어주기)
클라이언트와의 저녁식사가 있었다.
좋아하지도 않는 평양냉면과 어복쟁반을 주문했고,
딱히 입맛에 맞지 않아 추가로 주문한 녹두전이 나를 살렸다.
클라이언트는 금융계열의 회사인데
그 곳의 마케팅과 영업을 총괄하는 임원과 마케팅 실무가 저녁식사에 참석했다.
이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안돼, 회사의 주요 클라이언트 담당자들과의 라포형성이 꽤 중요한 시점이긴 하다. 3가지 정도의 식당 후보를 보냈고, 더우니 냉면 어떠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능라도라는 평양냉면 맛집을 예약했고 팀원과 함께 참석했다.
이런 저런 의미없는 대화들을 오가다가
결국엔 본인들의 광고효율 (업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효율을 매출로 집계하기도 하고, 주문수로 집계하기도 하고, 아니면 다른 별도의 지표를 보기도 한다)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고
결국 해결방안을 우리한테 찾아달라는 요구를 했다.
회사의 사업목표를 달성하는데에 필요하다면 당연히 광고대행사는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
우리는 클라이언트가 광고비를 써야 10~15%수준의 수수료를 받아먹고 사는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한 뎁스 더 들어가보면, 사실 모든 클라이언트, 광고대행사 직원,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월급쟁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리보전'이다. 신입사원이나 12년차 이하의 회사원들은 '자신의 레벨업'에 포커스를 두겠지만 12년 넘은, 차장급 이상의 늙다리들은 아니다. 뭐가됐든 자리보전이 중요하다.
긴 대화를 끝냈지만 결국 클라이언트의 답변은,
' 내 실적을 좀 채워줘. 나도 자리보전을 해야 너희도 내년에 계약이 연장되지. 너네회사도 그래야 수수료 받는거잖아. 그래야 너희 자리도 보전할 수 있는거잖아' 뭐 이런 얘기다.
내가 생각하는 '중허지 않은 일'에 대한 얘기다.
사실 1-2년이라도 더 돈벌이를 지속하다가 간호대학을 가는게 낫지 않나? 싶은 고민을 어젯밤에도 잠들지 못하고 이어갔다. 고민이 별로 없는 편이긴 하지만, 당장 간호대학을 간다면 줄여야 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강원도 홍성에 홀로남은(정확히는 우리 본가에서 키우는 강아지 '점수'와 함께 남은, 사실 점수가 강아지는 아니고 4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5살 개이긴 한데 아무튼) 아버지에게 당분간 용돈은 못 준다고 통보해야 하나? 그건 좀 아니지 않나? 아빠가 몇년 더 살아계실 줄 알고. 물론 부녀지간의 정이 좋진 않다. 아빠는 날 좋아해주지만 난 아빠에 대한 원망이 70%이상 자리잡고 있다. 그래도 용돈 끊는건 너무 매정하지 않나? 그건 할 짓이 아닌데.. 한 1년만 더 일할까?' 하는 이런 고민.
하지만 그 고민도 일단 붙고 나서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 정말 왜 이렇게 나답지 않게 고민을 길게하지. 염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