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김밥 그리고 라면

환상의 조합

by 김봉두
꼬마 김밥 라면.jpg


오늘은 괜히 기운이 없던 날이었다. 별일도 없는데 몸이 무겁고, 말없이 스르르 흘러가는 하루. 저녁 시간이 가까워졌지만, 냉장고를 열어봐도 딱히 먹고 싶은 게 없었다.

그냥 가까운 분식집에 다녀오기로 했다.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후드 모자를 눌러쓰고 집 앞 골목을 걸었다.
익숙한 간판, 훈훈한 온기, 분식집 문을 열자마자 튀김 냄새와 김밥 말리는 소리가 반겼다.

"꼬마김밥 한 줄만 포장이요."
말하고 나서도 괜히 미안해서, 라면도 하나 먹고 갈까... 하다 결국 참고 나왔다. 오늘은 그냥 집에서 끓이는 그 라면이 더 땡겼다.

꼬마김밥 봉지를 들고 돌아오는 길, 바람은 차가웠지만 손에 든 봉지는 따뜻했다. 집에 도착해 주방으로 가자마자 라면을 꺼내 물을 올렸다.
물이 끓기 시작하자 면을 퐁당 넣고, 파 송송 썰어 넣고, 달걀 하나 조심스럽게 풀어 넣었다. 집 안이 라면 냄새로 가득 찼다.

식탁 위에 꼬마김밥과 라면을 나란히 놓았다.
작고 귀엽게 말린 꼬마김밥을 집어 한입. 단무지의 달큰한 맛, 김밥 속 참기름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이어서 라면 국물을 후루룩. 짭짤하고 뜨끈한 국물이 오늘의 기운 없던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졌다.

TV도 안 켰고, 휴대폰도 잠시 옆에 뒀다.
그냥 김밥과 라면, 조용한 집 안, 그리고 나.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한 평범한 저녁이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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