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 학위 이야기

by 권태윤

그간 기회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돈이 아까웠습니다. ‘학위’ 이야기입니다. 아내도 늘 내게 공부해서 학위를 따라는 얘기를 했지만 한 귀로 흘렸습니다. 선거 출마나 좋은 자리 가려면 학벌이 중요하다며 석박사 학위 따란 얘기 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았습니다. 실제로 요즘 젊은 보좌진들은 석박사가 즐비합니다. 지난 2024년 한해동안 배출된 박사가 2만 명 정도 됩니다.


바쁠 텐데도 그렇게 학위 공부하는 보좌진들이 참 대단하단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 나는 시간과 돈이 아까워서 일찌감치 포기했습니다. 학위 공부도 하기 싫었고 한학기 등록금이면 책이 몇 권이냐를 생각하니 도저히 학위 공부에 돈을 버릴 자신이 안 생겼습니다. 결국 책만 읽다 석박사는 먼 남의 이야기가 됐습니다.


왜 이런 얘기를 구질구질 늘어놓먀면, 어젯밤 꿈 때문입니다.


꿈에 갑자기 석사학위를 따야겠단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모교를 찾아가 아는 교수님들과 상담하니 흔쾌히 도와주시겠다고 했습니다. 어린 조교들과, 잘 아는 후배 국회의원까지 모두 나서서 온갖 것들을 도와줬습니다. 그냥 돈만 내면 하루만이라도 학위를 주는듯한 그런 광경이었습니다. 이력서에 한 줄 넣을 수 있겠구나 하며 돌아오는 길에 ‘이건 도저히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란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그래서 얼른 학과에‘ 절대 그런 일을 안해 주셔도 되겠다’고 하고 정리했습니다. 이런 일을 시도했다는 생각만으로도 두렵고 치욕스러웠습니다. 꿈속에서 식은 땀을 엄청 흘린듯 합니다.


꿈에서 깨서도 너무 수치스럽고 부끄러웠습니다. 왜 그런 꿈을 꾸었을까요. 지금도 학위 욕심은 전혀 없는데 말입니다. 가만 생각하니, 논문을 안 쓰고 시험만 치고도 석사학위를 받았다는 후배 얘기를 최근에 들은 기억이 났습니다.


‘그 때문이었구나’.


요즘 사람들에게 학위는 과연 무엇일까요? 공부도 제대로 안 하고 따러 갖다 바칠 돈이면 책이 몇 권이나 될까요? 석박사 과정 합해 한 5천만원 정도 든다면, 권당 2만 원짜리 책 2,500권을 너끈히 살 수 있습니다. 만약 그 책을 다 읽거나, 그 절반만이라도 읽으면 그 공부가 결코 하찮다 할 순 없을 것입니다.


물론 혼자 하는 공부보다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이 더 소중할 수도 있겠습니다.


과연 ‘뭣이 중한 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남말내말(他言我言), 西洋 -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