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쌓기’ 중독(中毒)

by 권태윤

출신학교 선후배 모임에서부터 군대동기 모임, 직장동기 모임, 온갖 종류의 동호회 모임 등 인맥 쌓기 위한 갖가지 모임들에 쫓아다니느라 늘 바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자신이 직접 온갖 모임들을 만들기까지 합니다. 눈만 뜨면 바깥으로 돌아다니니 당연히 집안일, 자신에겐 소홀합니다.


사람이 모임들을 헤매고 다니며 관계 쌓기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자신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뭔가 얻고자 하는 것이 있거나, 그냥 인생살이 자체가 따분하고 공허해서입니다. 그것이 명예를 위한 것이건 재물을 더 얻기 위한 것이건 목적을 둔 관계 쌓기는 그 동기도 적절치 않을뿐더러 대게 그 끝이 좋지 못합니다. 그냥 인생살이 자체가 따분하고 공허해서 관계에 집착하는 것도 허망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목적을 가진 만남은 언젠가는 상처를 받기 쉽습니다. 그 목적을 위해 시간이건 금전이건 투자한 것이 있는데, 사람은 누구나 본전(本錢)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대한 어떤 목적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실망하고 상처받습니다. 사람을 통해 외로움을 잊으려는 노력도 허망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고요 속에서 내면을 바라보려는 노력보다, 소음 속에서 외로움을 잊는 행위는 시간이 갈수록 도리어 고독을 키우고 상실감을 배가시킨다.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페이스북을 비롯해 온갖 SNS에서 친구 수를 늘리고, ‘좋아요’를 많아 받으려 안달해봤자 근원적인 외로움은 치유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습니다. 숫자와 횟수가 삶의 깊이, 관계의 깊이를 깊게 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숫자가 적으면 적을수록 관계의 깊이는 더 깊어지고, 인생도 그만큼 더 성숙해집니다.


관계 쌓기에 매달리는 행위는 중독됩니다. 낚시꾼이 주말마다 저수지로, 강으로, 바다로 쏘다니고, 온갖 동호회 만들어 무리지어 산행을 하고, 무리지어 맛집 투어를 하는 것도 중독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봤자 결핍과 갈증은 결코 줄어들지 않습니다.


차라리 고요한 아침에 명상을 해보세요. 바람 솔솔 불어오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어보세요. 도리어 욕심과 집착은 멀리 달아나고, 삶의 맛이 달고 고소하게 다가옴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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