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두머리의 자격(資格)

by 권태윤

999마리의 사자를 양 한마리가 이끄는 것과, 사자 한 마리가 이끄는 양 999마리의 무리 중 어떤 우두머리가 무리를 더 잘 이끌까요? 우두머리 중심의 세계에선 ‘누가 이끄느냐’에 따라 무리의 운명이 결판닙니다. 우두머리와 우두머리간 한판 싸움을 통해 무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관습은 동네건달이나 정치권이나 여전히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역사에 가정(假定)이란 없다지만, 거꾸로 한번 가정해봅니다. 만약 박근혜, 윤석열이 더불어민주당의 우두머리였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들은 최순실 무리를 철저히 경계하고, 아내를 제어하며 감정을 추스려 대통령을 잘 보필해 반듯한 나라를 만들었을까요? 홍준표의 막말을 비판하며 건강한 리더십을 세웠을까요? 부정적으로 봅니다. 민주당의원들이 그토록 숭상해 마지않는 노무현정권 때 그들이 보여준 행태와 모습을 너무도 선명하게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우두머리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그들이, 하물며 박근혜, 윤석열을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해서 졸개들이 아니라 여전히 우두머리가 무리의 승패를 좌우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국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보좌진이 즐비해봤자 의원 자신이 신통찮으면 도저히 방법이 없습니다. 차라리 의원이 유능하면 보좌진도 덩달아 자질이 향상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국회의원실 한 곳의 모습이 이러할 진데 일개 정당이나 나라를 대표하는 우두머리야 더 말해 무엇 할까요. 집단의 성공을 위해서는 올바를 우두머리를 골라 그 자리에 앉히는 일만큼 중요한 게 없습니다.


기초의원에서부터 광역의원, 기초단체장, 광역단체장, 국회의원, 대통령에게 이르기 까지, 그리고 모든 공사영역의 우두머리 보직에 이르기 까지, 어떤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히는가가 조직의 운명까지 가릅니다. 해서 살피고 또 살피고, 검증하고 또 검증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 한 가지가 있습니다. 세상 대부분의 직업군은 ‘자격증’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공적 봉사자’인 정치인을 뽑은 데는 그 누구도 자격증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입법능력, 예산감시 능력, 행정감시 능력도 검증하지 않은 채로 그들에게 의회주의자의 역할을 맡깁니다.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니 일개 시녀에게 의존한 대책없는 대통령, 아내도 감당 못한 대통령까지 당선되는 국가적 비극이 초래됐던 것입니다.


자격증이건, 최소한 기본 자질과 관련한 시험은 치르도록 해야 합니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자가 검사, 판사를 하고, 행정부 관료도 시험을 통해 선발되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보직을 맡는 자들은 왜 검증된 시험 한번 치르지 않나 하는 그런 의문이 듭니다. 우두머리는 그냥 임명되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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