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도는 늘 필요합니다. 꼭 필요한 것들은 하나하나 실천해나가야만 국민이 국회의 변화를 체감하게 됩니다.
생각나는 몇 가지만 적어봅니다.
우선 입법남용을 금지해야 합니다. 법 같지도 않은 법, 국가와 국민에게 도리어 해가 되는 법들이 남발됩니다. 300명 국회의원이 4년간 10개씩만 발의해도 3천 개 법안입니다. 매년 10개씩 하면 4년간 1만2천 개입니다. 21대 국회에서도 3만 개가 넘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입법총량제’를 도입해야만 합니다. 제정법과 일부개정법안을 포함해 국회의원 1인이 연간 발의할 수 있는 입법총량을 10개 이내로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규제 입법은 전체 발의법안 총량의 10%를 넘지 않도록 하고 규제입법 1건 발의시 규제완화 또는 폐지법안 2개를 발의하도록 강제하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발목잡기 규제법안에 재미를 느끼는 의원들은 집에서 그냥 노는 게 차라리 국가와 국민에게 이득입니다.
하루씩 돌아가며 하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하루에 몰아서 끝내고, 형식적인 대정부질문도 없애는 것이 옳습니다. 약 30분가량에 불과한 1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위해 며칠을 연달아 회의를 열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요. 오전, 오후에 몰아서 하면 하루에 다 할 수 있습니다. 대정부질문도 마찬가지입니다. 국회에 총리, 장관 몽땅 불러 놓고 오전만 지나면 텅 빈 회의장에서 남들은 듣지도 않는 대정부질문을 며칠씩 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비효율의 극치입니다. 사람들이 알고 싶은 건, ‘의지와 대안’이지 의원들의 ‘목소리 크기’ 경쟁이 아닙니니다. 특히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에게 1대1로 물어서 답을 듣는 서면질의 제도는 이미 옛날부터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걸 활용하면 됩니다.
국회회기 중에는 지역구 활동을 전면 금지시키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지역구의 온갖 행사 불려 다니며 인사하느라 공부하는 시간이나 있을까요. 당협 조직, 지역구 시군구의원, 광역의원과 한달에 한번 가량 정기적 회의만 해도 지역 현안들은 다 파악됩니다.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안해도 됩니다. SNS는 24시간 실시간 양방향 소통의 도구입니다. 국정감사도 비효율의 극치입니다. 의원 1인당 하루에 질의 두 세 개 하느라 다들 귀한 시간을 낭비합니다. 국정감사장에 함께 동행하는 보좌진, 온종일 대기하는 정부부처 공무원과 산하기관 인력들은 또 어쩌나요. 언론이야 폭로성 기사를 받아쓰는 재미가 있겠지만, 국가적으로 보면 그런 비효율도 없습니다. 연간 상시국회를 열어 필요한 사항을 늘 살펴보고 질의하면 됩니다.
당선자가 비리나 범법행위로 국회의원직을 잃으면 자동으로 차점자가 승계토록 공직선거법을 바꾸는 방안도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야 쓸데없는 세금낭비를 막을 수 있고 차점자에 의한 당선자 감시도 강화됩니다. 그 대신 무고(誣告) 따위로 당선자를 부당하게 괴롭히는 낙선자는 오랜 기간 공직선거 출마를 금지시키면 될 일입니다. 이 외에도 개혁과제들은 널리고 널렸습니다. 변화의 속도를 감안한다면, 우리 국회와 정당도 쇠락의 길로 갈 운명입니다. 입법행위, 정책판단, 예산의 효율적 사용 등에서 인간을 월등히 초월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새로운 해결사(AI)가 이미 그능한 지점에 와 있습니다. 그때 우리 국회와 정당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을지를 깊이 고민할 때입니다.
후안 엔리케스(Juan Enriquez)는 자신의 책 [무엇이 옳은가]에서 “우리가 올바르고 윤리적이며 표준이라 여기는 것들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표현합니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세상은 항상 변하고 있고, 시대마다 규칙도 변합니다. 변화는 생존의 기본조건입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하다못해 바이러스나 곤충들도 변화를 통해 살아남습니다. 절대적 성질입니다. 이런 성질에서 가장 저항적이고 느리며 무딘 곳이 대한민국 국회와 정당입니다. 자신들의 손으로 만든 법도 예사로 어기는 곳이니 더 말해 무엇할까요. 경제도 정치도 변해야만 살아남습니다. AI의 손에 모든 권력을 박탈당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