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사태, 대북관계 개선 기회로 활용했어야 한다

by 권태윤

지난 문재인 정부는 “호주로부터 요소수 2만리터(20톤)를 군 수송기를 이용해 긴급 수입한다”며 쇼를 했습니다. 왜 쇼냐고요? 탱크로리 트럭 한 대 용량이 3만2천 리터입니다. 결국 2만 리터는 탱크로리 한 대 분량도 안되는 양입니다. 이것을 위해 결과적으로 그보다 더 많은 항공유가 태워져 대기에 뿌려질 수밖에 없는 군 수송기를 띄운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당시 사태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요소(尿素)’라는 단어는, 주로 거름으로 쓰이는 비료 이름 정도로만 알았던 국민이 대다수였습니다. 물론 비료가 일반적으로 공급되기 전에는 소변을 모아 논밭에 뿌렸습니다. 그렇게 하찮게만 여긴 ‘요소’가, 실은 우리 경제의 뿌리를 흔들어 놓을 정도의 엄청난 존재라는 사실을 당시에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등록된 982만여대 경유차 중 요소수를 사용(SCR 부착)하는 차량은 216만여대(승용 133만대, 승합 28만대, 화물 55만대)에 이릅니다. 사업용 화물차 50만대 중 동력장치가 없는 트레일러를 제외해도 44만대이며, 이 중 경유 화물차는 42만1천여대에 이릅니다.


지난 2008년에 약 8천여대가 참여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시 산업부 통계기준 56억3천불(우리 돈 7조원 가량)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요소수가 필요한 만큼 적기에 공급되지 않을 경우 대규모 피해가 발생합니다. 여기다 상선(어선, 여객선, 화물선), 버스, 건설기계, 탱크로리, 민항기 등에도 요소수 수요가 막대합니다(2020년기준 요소수입량 83만5천톤, 자동차용 8만톤). 공급이 늦어지면 그만큼 국가경제에 치명적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국적인 소변 모으기 운동을 전개하자.”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었습니다. 논밭에 소변을 뿌리는 것이야 아무 상관이 없겠지만, 기계 엔진에 제대로 정제되지 않은 요소수를 뿌려대면 금방 망가집니다. 준비가 허술한 상태에서 ‘황새’인 선진국의 환경기준을 따라가다 보니 ‘뱁새’의 가랑이만 찢어지게 된 셈입니다. 물론 과거로 돌아가 가격경쟁력도 없는 요소수 제조산업을 다시 시작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하는 것이 북한입니다. 요소는 석탄 원석(原石)을 분류‧정제해서 얻습니다. 지난 2010년에 마지막 석탄 광산인 화순탄광이 문을 닫아서 요소를 뽑아낼 석탄 원석이 없어져서 공장이 문을 닫았습니다. 북한은 지금도 열심히 석탄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석탄을 수입해서 요소수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아예 북한에 요소수 생산공장을 짓고 우리가 요소수를 수입하자는 말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가격경쟁력도 갖출 수 있고, 남북이 상호 윈윈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북한이 어느 날 갑자기 수출을 중단하는 등의 익숙한 행태로 우리를 골탕 먹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요소수 수입선이 하나만이 아닌 상황에서 북한의 선택지는 생각보다 좁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는 우리가 중국과의 요소수 수입 협상력을 높일 수있는 방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 2021년 11월4일(미국 현지시간),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제제 완화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습니다. 물론 미국은 변함없이 반대입장이지만, 언제까지 제제만 고집할 순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 정부가 대미(對美)협상을 통해 요소수 생산을 위한 대북교류 필요성을 논의할 수도 있었을 텐데 기회를 놓쳤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대외 수입의존도 80%가 넘는 품목이 희토류를 포함해 4천여 개에 달합니다. 북한의 핵무장을 제어하면서도 경제적 공존을 모색하는 방향이 논의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우리의 열린 자세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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