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사회를 살아가는 깊은 고민

by 권태윤

서울대 경제학과 김세직 교수는 [모방과 창조]란 자신의 책에서, 지난 30년간 우리 경제성장률이 5년마다 예외없이 1%씩 추락해왔으며, 이르면 다음 정권 때 0% 성장 또는 마이너스 성장 시대가 오고, 일자리 등 경제 전반에 어려움이 닥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김교수는 우리가 과거 1960년부터 무려 30년간 연평균 7~8%씩 성장해온 배경은 '인적자본' 때문이며, 1990년부터 성장률이 추락해온 이유는 그 '인적자원'이 여전히 시대착오적이고 비생산적인 '모방형 인적자원'에 머물고 있기 때문으로 봤습니다. 창의적 인적자원을 배양하는 시스템으로 경제, 교육, 자본의 배분 등 국가를 전반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인적자원의 질 하락뿐만 아니라, 인적자원의 절대수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는 우리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두텁고 높은 벽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응 방식에 근본적인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출산율을 비롯해 고령화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국민의‘인간다운 삶’이 중심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아이 많이 낳으라고 출산장려금까지 주는 지금까지, 출산은 항상 국가경제를 위한 ‘자원(資源)’의 의미로만 강조됐습니다. 부부들이 자녀를 낳아 양육하고 양질의 교육을 시킬 수 있도록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인간다운 삶과 인간의 행복은 언제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습니다.


이제는 이런 우리의 인식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인간은 기본적으로 삶의 행복과 안전함을 추구합니다. 자식을 많이 낳는 것이 경제적 안전과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불안이 젊은 세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우리의 미래가 염려된다지만, 갈수록 증가하는 여성과 장애인, 청년의 고용기회 축소, 장년층의 조기퇴직과 노년층의 고용기회 박탈에 따른 삶의 질 하락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제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도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인간의 수명은 어차피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명의 길이만큼 노동력의 시한도 증가합니다. 과거 농촌에서는 65세만 넘어도 사랑방에서 담뱃대를 물고 기침이나 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요. 자의든 타의든 80이 넘어도 논밭에서 열심히 일합니다. 노동인력 부족이 1차적 원인이지만 그만큼 건강이 뒷받침된다는 얘기도 됩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현재의 시스템하에서는 은퇴계층이 경제활동을 못하는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왕성하게 일할 수 있는 건강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50이나 60세에 조기 퇴직시켜 수십년간 허약한 복지에 기대 살아가도록 할 것이 아니라, 일할 수 있는 한도까지 일하며 당당하게 국가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대책일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가족 붕괴를 막음으로써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따른 생산인력 부족은 고령층의 고용기간 확대를 통해 해결할 수 있고, 그것이 어쩌면 보다 확실한 대책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게다가 저출산은 청년실업 문제도 자연스레 개선합니다. 공급할 인력이 줄어들면 그만큼 취업률이 증가할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지금도 수백만이 놀고먹는 세상인데 저출산만 걱정한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지금도 일하고 싶어 안달이 난 수많은 여성과 장애인, 조기 퇴직자들을 생각한다면 저출산에 따른 경제위기를 논한다는 것은 지독한 모순입니다. 지금도 일자리가 없어 취업을 못 하고, 그나마 한창 일할 나이에 일선에서 밀려나야 하는 국민이 부지기수인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왜 국가경쟁력을 위한 자원으로서의 출산 확대에만 관심을 쏟는가요. 국가경쟁력도 결국 인간을 위한 것입니다. 인간이 국가를 위한 봉사자요 자원으로서만 생산되고 소비되어야 한다는 발상을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저출산 초고령사회를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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