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선거철)만 되면 ‘작년에 왔던 각설이’처럼 어김없이 사이비 여론조사회사들이 들끓습니다. 선거판에는 돈이라는 유혹이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어디 돈뿐인가요? 잘하면 권력에 빌붙어 기생(寄生) 또는 공생할 기회까지 얻습니다. 이러니 온갖 ‘듣보잡’들이 여론조사 판에 끼어들어 여론조작을 밥 먹듯 예사로 합니다. 특정 진영의 입맛에 맞는 조사 결과를 ‘만들어’ 양심과 바꿔 먹는 자들은 민주주의의 악(惡)입니다. 무조건 발본색원(拔本塞源)해야 합니다. 허술한 제도와 미미한 처벌이 한 몫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론조작은 국민의 주권을 왜곡‧훼손하고, 민주주의를 뿌리부터 좀먹습니다. 강력한 처벌로, 다시는 사이비 여론조사 회사들이 준동할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여론조작 행위는 공직선거법상 처벌 형량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준하도록 바꿔야 합니다. 왜냐면 그들이 민주주의에 끼치는 해악(害惡)이 결코 그보다 작지 않기 때문입니다. 몇 가지 사례를 보겠습니다.
# 장면 하나
지방선거건 총선이건 각 정당은 여론조사에 의지하는 공천제도를 운용하는 비중이 늘었습니다. 그나마 과거에는 당원이 중심이 되어 후보자를 뽑았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여론조사회사가 주인이 되었습니다. 꼬리가 대가리를 잡아먹는 기괴한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특히 당내경선을 앞둔 여론조사 결과는 사실상 후보를 미리 결정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을 미칩니다. 여기에 특정한 목적과 의도를 가진 지역 언론이 한통속이 되면 드림팀이 형성됩니다. 특정 언론, 특정 정치세력, 특정 여론조사가 한통속이 되면 그야말로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냅니다. 바보를 천재로 만들고, 천재를 바보로 규정하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예비)후보를 죽이고 특정 (예비)후보를 띄워주려고 작정하면, 언론사 명의로 실시하는 여론조사를 이용해 왜곡된 조사결과를 ‘공표’합니다. 그러면 완벽한 ‘낙인찍기’ 또는 ‘금메달 걸어주기’가 이뤄집니다. 그 ‘낙인찍기’와 ‘금메달 걸어주기’ 효과는 상상(想像) 이상입니다. 한번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가 앞으로의 여론향배를 사실상 결정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정당이 공정한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론조사업체와 결탁한 자들이 사실상 후보자를 결정하는 비민주적 정치충원 구조가 가능한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 장면 둘
정치적 반대파 죽이기에, 여론조작에 능한 여론조사 회사들이 동원됩니다. 여론조사를 빙자한 여론조작 방식은 단순합니다. 아직 출마 의사를 밝히지도 않은 자를 여론조사 대상에 집어넣어 경력 등을 띄워주면서 반복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그가 ‘1위’라는 최면을 유권자들에게 미리 거는 방식으로 수없이 여러 차례 반복적 여론조사를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별로도 공표하지 않습니다. SNS 등을 이용해 대대적으로 유포시킵니다. 이렇게 조작된 여론조사 전화를 받은 유권자는 자신도 모르게 최면을 당해 특정인에 대한 호감과 높은 인지도를 형성합니다. 이런 짓은 대개 이름도 없는, 급조된 여론조사회사들이 어딘가로부터 비용(돈)을 받고 마치 용역깡패처럼 운영하다 흔적없이 사라집니다. 이런 일은 선관위나 수사당국이 잘 포착해 엄단 하지 못합니다. 전국적으로 수없이 많은 여론조작 행위를 감시할 실질적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빈틈을 특정한 목적과 의도를 가진 어둠의 세력과, 그들로 부터 ‘용역’을 받은 여론조작 전문가들이 파고드는 셈입니다.
대책은 세 가지 정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첫째. 여론조사에 의지해 후보를 결정하는 안이한 방식을 없애야 합니다. 굳이 필요하다면 해당 지역구별로 全당원대상 직접투표가 바람직합니다. SNS를 이용하면 금방 되겠지만 그것도 부담된다면 100% 당원대상 여론조사를 실시해야만 합니다. 당을 대표하는 후보자를 선출하면서, 반대당 당원 또는 지지자들이 후보 결정에 관여하도록 돗자리를 깔아주는 것은 어리석거나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다만 당원을 매수하는 자들은 형사적 처벌과 별도로 피선거권을 영구적으로 박탈하는 제도를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여론조사 회사에 대한 숙정(肅正) 작업을 반드시 해야만 합니다. 단 한 번이라도 여론조사관련 법령을 어겨 적발된 자들은, 본인은 물론이고 직계존비속까지 다시는 그들 이름으로 여론조사 회사를 차리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한 사람의 정치인생을 망가뜨리고, 나아가 공직후보자 선출이라는 헌법상 국민주권을 왜곡하고 훼손시키며, 국민 여론을 고의적으로 왜곡해 중요한 국가정책 결정의 방향을 뒤흔드는 자들은 그 죄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입니다.
셋째.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공표는 반드시 전문가집단(여론조사심의위원회 포함)의 사전확인(검증)을 거쳐야만 공표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불량식품을 사전에 걸러내는 보건당국의 단속행위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아울러 여론조사 회사의 조사 결과와 수익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면밀하게 감사받도록 법에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택관리회사들의 감사를 외부에 맡길 수 있도록 한 것과 같습니다. 여론조사를 빙자한 공공연한 여론조작을 끝장낼 때가 됐습니다.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