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국회는 입법공장이 되었습니다. 입법을 남발한다는 의미입니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합니다. 시민단체가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 성적을 평가하는 항목 중 하나로 입법발의 건수를 들먹인 뒤로 경쟁적 입법이 남발됐습니다. 어리석음과 무지의 목소리에 더 큰 어리석음으로 응답하고 있는 셈입니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國將亡 必多制(국장망 필다제)’란 말이 나옵니다. ‘나라가 장차 망하려고 하면 법과 제도가 많아진다’는 뜻입니다. 춘추시대에 정(鄭)나라가 형법을 주물에 새겨 법제를 강화하자 진(晉)나라 숙향(叔向)이, 정나라 재상인 자산(子産)에게 편지를 써 법제를 강화는 것이 잘못이라는 점을 논한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중국대륙을 처음으로 평정해 통일국가를 만들었던 진나라가 망한 것도 과도한 법제 때문이었습니다. 유방(劉邦)이 진(秦)나라 도읍 함양(咸陽)을 공격하여 함락시킨 뒤, 진의 백성들과 약정을 맺어 세 가지 법률(約法三章)을 만들었습니다. 살인자는 죽이고, 사람을 상하게 한 자 및 도적은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나머지 진나라의 번잡하고 가혹한 법을 모두 없앴습니다. 과도한 법제가 빚은 부정적 결과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메뉴가 너무 많은 식당의 음식은 맛이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흔히 유명한 맛 집으로 불리고 대를 이어 오래 이어져 오는 식당의 메뉴는 단 한가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법률도 수시로 만들고 뜯어고치며 누더기를 만들어 놓으면, 종국에는 그 법을 만든 者는 물론이고 적용하는 자들까지도 헷갈려 합니다. 당연히 법적용에 불필요한 해석과 억지가 개입되어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결국 사람을 위한다고 만든 법이 도리어 사람을 죽이는 악법이 되는 것입니다.
법은 흉기와 같아서 만들 때도 조심스럽게 만들어야 하고, 쓸 때는 더욱 조심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국회는 풀빵 굽듯이 얼렁뚱땅 마구잡이로 법을 만듭니다. 그러고선 정작 자신들도 그 법을 지키지 않습니다. 언론은 “왜 법을 많이 처리하지 않느냐”고 다그칩니다. 모두가 법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형국입니다. 꼭 필요한 법만, 간단하고 명료하게 만들 줄 아는 지혜로운 국회가 되어야만 합니다. 정부가 정책을 만드는 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