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말내말(他言我言), 西洋 - 18

by 권태윤

"인생을 영원히 얻고자 하면 인생은 사라진다. 마치 우리가 쾌락을 항상 누리고자 할 때 쾌락이 없어지는 것처럼. 모든 쾌락이 영원하다면 쾌락이 없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만약 죽음이 없다면 우리는 죽음을 고안할 것이다. 영원토록 계속되는 지겨운 인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 빌헤름 슈미트(Wihelm Schmid).


아름다움도 언젠가는 끝나게 마련입니다. 아름다움은 이미 그 안에 죽음의 씨앗을 품고 있습니다. 너무 집착하거나, 자랑하거나, 시기할 가치가 없다는 말입니다. 삶에서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이 대개 이와 같습니다.

그러나 그 끝을 알면서도 쉼 없이 달려가려는 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불에 타죽을 줄 알면서도 기어이 불빛 속으로 자신을 던지는 모기, 나방들과 같이 말입니다.


우리는 지겨움을 견디지 못합니다. 불타는 사랑이 식는 것도 지겨움 때문입니다. 그러나 권태(倦怠)는 어떤 고비입니다. 냄새가 불편한 청국장, 홍어도 자꾸 먹다보면 참맛을 알게 됩니다. 고비를 넘어서면 더 이상 물리지 않고 도리어 중독에 이르게 됩니다.


어쩌면 ‘인생을 영원히 얻고자 하면 인생은 사라진다’는 말 자체가 뭘 모르는 소리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식상함과 권태도 무던한 사랑으로 다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성숙함, 숙성된 존재에게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지겨운 인생’ 그 자체야말로 진짜 고요하고 평화로운 인생일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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