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쳐야 할 안전 불감증(不感症)

by 권태윤

‘넘어질까 조심하라(고린도전 10장 1-13절)’.


불안과 걱정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불조심, 물조심, 개조심... 조심(操心)은 위험에 대한 개인의 기본적 예방책입니다. 지나치지만 않다면, 불안과 걱정은 사고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인간의 방어기제입니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는 “전전긍긍, 여림심연, 여리박빙(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氷)”이란 말이 있습니다. “두려움에 떨며 삼가기를, 마치 깊은 연못을 건너는 듯, 마치 얇은 얼음 위를 걷는 듯” 한다는 의미입니다. 대부분의 사고는 인간의 부주의, 소위 ‘안전불감증’이 부릅니다. 여기서 인간이란, 개인과 집단(경찰, 소방, 군대 등)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물(水). 비가 많이 오면 계곡이나 물가에 가지 말라고 합니다. 그런데 꼭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갑자기 물이 불어나 죽거나 고립됩니다. 혼자 죽는 것도 큰일인데 구조인력, 즉 남의 자식들을 골탕 먹입니다. 파도가 치는데, 쓰나미가 온다는데, 기어이 방파제나 해안도로에 나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죽거나 행방불명 당합니다. 실종자 찾는다고 또 국가적 에너지가 낭비됩니다.


불(火). 산에 라이터를 가져가지 말라고 합니다. 말 안 듣고 꼭 가져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논두렁 밭두렁 태우지 말라고 합니다. 꼭 알뜰살뜰 태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다 결국 산을 태우고, 집을 태우고, 마을을 태웁니다. 애꿎은 짐승도 죽고 사람도 죽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국민의 막대한 혈세가 다시 거기에 투입됩니다.


풍(風). 태풍 부는 날엔 가급적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합니다. 그런데 꼭 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다 떨어지는 간판에 맞아 죽고, 쓰러지는 나무에 깔려 죽고, 무너지는 담장에 깔려 죽습니다. 가족에게까지 견디기 힘든 고통과 상처를 남깁니다.


뢰(雷). 번개가 치는 날엔 쇳덩이 들고 나가지 말라고 합니다. 그런데 꼭 낫 들고 논에 나가고, 나중에 해도 될 처마 밑 전구(電球) 갈아 끼우다 벼락을 맞아 죽습니다. 벼락 칠 때는 나무 밑에 들어가지 말라고 그렇게 말해줘도 기어이 들어가 비를 피하다가 벼락 맞아 죽습니다.


로(路). 길을 건널 땐 반드시 횡단보도로 건너라고 합니다. 운전자에게 절대로 과속하지 말라고 합니다. 술 먹고 운전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런데 무단 횡단하다가 죽거나 다치고, 과속하다가 사람을 죽이거나 상하게 합니다. 그렇게 음주운전 하지 말라고 해도 기어이 하다가 생사람 죽입니다. 가족이 붕괴되고, 보험재정에 손실이 생깁니다.


건(建). 건설 현장에선 안전이 제일입니다. 그래서 안전감독관들은 건설노동자들에게 수도 없이 조심하라고 합니다. 안전고리를 연결해서 이동하라, 술 마시지 마라,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라, 그런데 안 듣습니다. 그러다 추락해서 죽습니다. 건축자재에 깔려 죽습니다. 술 취해 떨어져서 죽습니다. 하다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란 것도 생겼습니다. 기업주를 벌주고, 기업을 문 닫게 합니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생깁니다.


산(山). 산에 갈 땐 술 마시지 말라고 합니다. 담배 피지 말라고 합니다. 위험한 곳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합니다. 그런데 꼭 술을 마셔 굴러떨어져 죽습니다. 몸이 부러집니다. 담배 피우다 산을 다 태워 먹습니다. 애꿎은 짐승까지 태워 죽입니다. 바위에 걸터앉아 있다가 떨어져 죽습니다. 결국 소방관들이 안해도 될 온갖 생고생을 하게 됩니다.


식(食). 유통기한 지난 음식 먹지 마라, 상한 음식은 버려라, 몸에 해로운 건 먹지 마라, 술 많이 마시지 마라, 숱하게 듣고도 한 귀로 흘립니다. 그러다 식중독으로 죽고, 과식해서 탈 나고, 겨울에 술에 취해 길가서 자다가 얼어 죽습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세상이 온통 지뢰밭입니다. 그래서 어릴 때나 커서나 부모로부터 귀가 닮도록 듣는 말이 ‘무엇무엇 조심하라.’는 말입니다. 오죽하면 80대 부모가 60대 자식에게도 늘 하는 말입니다. 초등학교에서 늘 듣는 것이 안전사고 조심입니다. 사회에서 늘 듣는 말이 조심하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귀에 담아 듣질 않습니다. 오히려 매사 조심하는 사람을 소심하다며 비웃기까지 합니다. ‘대범함’으로 포장된 ‘안전불감증’이 나를 죽이고, 타인을 죽이고, 공동체에 막대한 부담을 줍니다.


아무리 겹겹이 법과 제도로 울타리를 쳐도, 사람이 행동으로 따라주지 않으면 그 법과 제도는 무용지물입니다. 스스로 조심하고 경계하지 않는 사람은 그 어떤 법과 제도, 시스템으로도 지킬 수 없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건설근로자를 온전히 지켜줄 수 있을까요? 절대 못 지킵니다. 명심합시다. 안전에 대해서만큼은 늘 스스로 조심하고 경계합시다. 남 탓, 사회 탓, 국가 탓 앞세우기 전에 항상 ‘내 탓이오’를 먼저 생각합시다. 神도 나를 100% 지켜주지 못하는데, 국가가 나를 완전하게 지켜줄 수 있을까요? 그것은 환상일 뿐입니다. 국가가 별 게 아닙니다. ‘나’가 모여서 ‘우리’가 되고, 우리가 모여서 ‘국가’가 되는 것입니다. 나와 우리의 수준이 곧 국가의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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