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그리고 냄새

by 권태윤

도살장 입구에서 ‘옥자’가 울부짖는 장면을 본 뒤로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겠다는 사람을 본 적 있습니다. 안도현의 시 <스며드는 것>을 읽고 한동안 간장게장을 먹지 못했다는 사람도 있지요. 실제로 ‘울부짖는 소리’, ‘잔인한 장면에 대한 연상’, ‘잔혹하거나 불쾌한 어떤 냄새’ 따위로 인해 행동이나 습성의 변화를 겪는 일이 많습니다.


소리.


생쥐의 오줌 한 방울이 1m 아래 마룻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는 1dB, 마른 낙엽이 살랑거리는 소리는 10dB. 사람의 대화소리는 40dB라고 합니다. 소리가 60dB이 넘으면 수면을 방해하고, 80dB이면 위 운동력이 40%나 떨어진다고 합니다. 도시에서의 삶은 너무도 많은 종류의 소음에 시달리게 합니다. 인간의 대화소리인 40dB부터 사람의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인간이 만든 각종 기계류의 소음(자동차, 비행기, 공사장...)이 인간을 괴롭히니 인과응보인 셈입니다.


냄새.


식물은 소리가 아니라 ‘냄새’로 소통한다고 합니다. 처음으로 생물의 종과 속을 정의하는 원리를 만든 린네(Carl von Linn'e)는 식물이 내는 냄새를 6가지로 구분했습니다. 피톤치드와 같이 숲 속의 냄새인 '방향성 냄새', 동양란의 화장품과 같은 '향기', 밤꽃과 비슷한 남성의 성적 냄새인 '사향 냄새', 마늘과 같은 '짜릿한 냄새', 겨드랑이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 그리고 '시체풀(타이탄아룸)'꽃이 내는 시체가 썩는 '역겨운 냄새' 가 그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인간들이 맡을 수 없는 갖가지 냄새로 식물들은 서로 통신하고, 곤충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고 합니다. 동물의 냄새는 몸체나 배설물이나 다 같이 고약합니다. 매일 씻는 인간들도 역겨운 냄새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씻고, 닦고, 바르고, 뿌려도 금방 좋지 않은 냄새가 납니다. 죽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썩으면서 냄새가 나고, 도살되어 식탁에 오르기까지도 비릿하고 역한 냄새는 참으로 고약합니다. 사람이 화장품과 향수의 힘을 빌리듯, 온갖 종류의 고기들은 ‘양념’을 통하지 않고서는 입에 대기조차 어려울 정도입니다.


소리에 너무 예민하면 신경병적 증세를 겪기 쉽습니다. 소리에 너무 둔감하면 사고를 당하거나 외면당하기 쉽습니다. 냄새에 너무 예민하면 일상생활이 어렵습니다. 냄새에 너무 둔감하면 타인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소리와 냄새에 깊이 있게 반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리와 냄새에 반응한다는 것은, 생명과 대상에 대한 관심입니다. 잘 듣고, 잘 맡아야 합니다. 그런 노력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한순간에 귀가 멀고 코가 마비된, 공동체의 적이 될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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