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 3선이상 연임제한 규정 철폐하라

by 권태윤

히틀러 암살미수 사건에 연루되어 1944년 10월 음독자살한 ‘사막의 여우’ 에르빈 롬멜(Erwin Johannes Eugen Rommel) 원수(1891~1944)에게는 만프레드 롬멜(Manfred Rommel, 1928~2013)이라는 아들이 있었습니다. 만프레드는 독일 공군의 일반병으로 입대한 상태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맞았습니다. 그때 그의 나이 16세입니다.


탈영 후 프랑스군에 항복한 만프레드는 전쟁이 끝나자 포로 생활에서 풀려나 고향인 슈투트가르트로 돌아와 튀빙겐(Tübingen)대학에서 법학과 정치학을 공부했습니다. 졸업 후 변호사로 잠시 일하다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부르크(Baden wuerrttemberg) 주정부의 공무원이 된 그는 1974년 슈투트가르트(Stuttgart) 시장에 당선되었고, 이후 22년간 시장직에 헌신했습니다.


보수적인 市재정 운영으로 슈투트가르트시 부채를 극적으로 줄였으며, 대중교통을 개선하고 새로운 경기장과 전시회장을 건설하기도 했습니다. 1982년 뉴욕타임즈는 그를 ‘독일의 차기 수상’으로 지목하였으나, 1996년까지 22년간 슈투트가르트 시장직에 봉직한 뒤 은퇴한 그는 2013년 슈투트가르트의 자택에서 향년 84세를 일기로 사망했습니다.


우리 지방자치법은, 지방의원의 경우 연임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나 단체장에 대해서는 연임을 3선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롬멜 시장 임기를 우리 상황에 비유하면 6선연임 민선시장입니다. 물론 우리 국회에는 7선, 8선까지 하는 국회의원도 있습니다. 연임제한 규정도 없습니다. 유독 지방자치단체장만 3선이상 연임제한입니다. 그 이유란 것이 군색하기 그지없습니다.


현직 단체장이 다른 후보자에 비하여 절대적으로 유리하지만 이를 견제할 수단이 없었고, 연임을 제한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장의 전횡과 지역 토착비리의 근절이 용이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 단체장의 전횡을 막기 위해서라면 정당의 공천을 통해서도 충분히 제어할 수 있습니다. 시민운동을 통해 압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더구나 그런 논리라면 국회의원, 지방의원도 자치단체장의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존경받고 신망받는 사람이라면 5선, 10선 연임을 하건 상관이 없어야 합니다. 오히려 그런 분들은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자치단체와 주민의 입장에서도 이득입니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장 3선이상 연임제한 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합헌 판단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은 다른 후보에 비해 선거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장기집권 가능성이 높지만 견제수단은 미흡하다”며 “3기 연속 선출됐더라도 한번 걸러 다시 입후보할 수 있으므로 지나친 제한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만 다른 후보에 비해 선거에서 유리하고 장기집권 가능성이 높지만 견제수단은 미흡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는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 의원 선거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굳이 자치단체장만 구분해 3선연임만 가능토록 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현실적으로도 연임제한이 있는 한 3선에 당선된다 해도 빠르면 1~2년 안에 레임덕이 올 것입니다. 단체장이 잘하든, 못하든 강제로 마무리 국면을 맞게 되는 것입니다.


나갈 운명이 정해져 있는 사람 아래서 일하는 공무원들이 열정을 쏟을 리 만무합니다. 단체장도 사람인데 무슨 열정과 의욕이 생길 수 있겠습니까?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차라리 정당에서 재임 기간동안의 활동을 평가해 공천을 안 주면 되는데, 불필요한 법적 장치를 만들어 놓은 셈입니다.


시민사회의 역량과 정당의 공천시스템 등 환경과 제도의 감시기능을 신뢰하고, 자치단체장에게 가해진 족쇄를 풀어주는 것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고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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