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바꾸는 자(者), 여의도를 떠나라!

by 권태윤

글에도 무게가 있듯 말에도 무게가 있습니다. 오죽하면 ‘한마디 말이 솥보다 무겁다’는 ‘일언구정(一言九鼎)’이란 말도 있습니다. 구정(九鼎)은 하(夏)나라 우왕(禹王)이 구주(九州)에서 조공으로 받은 쇠를 녹여서 만든 솥을 말합니다. 또한 말은 입 밖으로 나가면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습니다. 그만큼 빨리 달아납니다. 논어(論語)에도 '말은 한 번 뱉으면 네 필 말로도 따라갈 수 없다'는 뜻의 “一言既出, 駟馬難追(일언기출, 사마난추)”란 구절도 있습니다. 자칫 말 한마디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거나, 인생이 망가지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말은 깊이 생각한 다음에 해야 하고, 무게감이 있어야 합니다. 오죽하면 ‘무는 개는 짖지 않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사람에게 말은 신뢰를 쌓는 토대가 되니다. 재주가 아무리 차고 넘쳐도 말이 가벼운 사람은 신뢰감을 주지 못합니다. 아침에 하는 말과 저녁에 하는 말이 다르면 신뢰를 쌓기는커녕 손가락질을 받기 일쑤입니다. 더구나 정치인에게 있어서 말이 갖는 무게감은 남다릅니다. 지도자의 속성에 지능, 지배 성향, 공격성, 언어 구사력, 통찰력, 판단력, 결단력, 사교성, 사명감, 육체적 특성 등 여러 가지가 포함되어 있지만 신뢰감을 주는 말의 중요성은 특히 중요합니다.


신뢰를 무너뜨리는 말의 특징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입니다. 말이 자꾸 왔다갔다 하면 듣는 사람들은 헷갈립니다. 하고자 하는 말의 진의를 올바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모두의 표를 겨냥한 이런 발언이 정작 모두로부터 표를 잃는 자충수가 되기 쉽습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열전(列傳) 권88 <몽염열전(蒙恬列傳)>에는 “輕慮者不可以治國(경려자불가이치국), 獨智者不可以存君(독지자불가이존군)”이란 말이 있습니다. “경솔하게 생각하는 자는 나라를 다스릴 수 없고, 홀로 지혜로운 자는 군주를 보존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생각이 경솔하면 나라를 경영하기 어렵슺니다. 혼자 똑똑한 척하는 사람은 우두머리를 제대로 보좌하지 못핮니다. 깊은 생각과 고민을 통해 일관된 메시지를 내놓아야 하고, 똑똑한 척하는 소수의 말보다, 다수의 이야기를 널리 경청해 참고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전쟁의 승패는 성공적인 전략과 전술이 아니라, 단 한 번의 결정적 실수가 가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4년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해도 괜찮다. (투표일에)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말 한마디가, 노무현대통령 탄핵이후 역풍으로 여당의 압도적 승리를 점치던 17대 총선의 결과를 뒤흔드는 치명적 자충수가 되었습니다. 정치인이 자꾸 말을 바꾸면 그나마 있던 신뢰도 사라집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그의 말을 더 이상 듣지 않게 됮니다. 말이 휘두르는 채찍이 이토록 매섭고 아프며 치명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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