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by 권태윤

우리 인간은 미래를 향해 가면서도 과거를 추억 삼아 살아갑니다. 시간은 세렝게티 공원을 달리는 치타처럼 빠르게 흐르고, 우리 인간이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삶의 방식 또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합니다. 과학기술이 만들어가는 인간의 미래가 얼핏 밝아 보이지만, 절망적이고 우울한 전망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는 과연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요?


스웨덴 출신 다니엘 에스피노사(Daniel Espinosa) 감독의 영화 <라이프(Life)>에는 화성에서 발견한 외계생명체가 등장합니다. 그 생명체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능과 능력을 지닌 존재로 확인됩니다. 70억 인류를 구하기 위해 여섯 명의 우주인은 목숨을 걸고 저항하지만, 결국 다섯 명은 외계 생명체에게 끔찍한 죽임을 당합니다. 우주선과 함께 지구에 착륙(바다)한 남은 한 명이, 자신을 구하러 온 어부들에게 “문을 열지 말라.”며 절규하는 목소리와 함께 영화는 끝납니다.


‘캘빈’이란 이름으로 불린 화성의 이 외계생명체는 공포 그 자체입니다. 놀라운 생명력과 지능, 폭력성을 보여주지요.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역시 어리석은 존재였을 뿐입니다. ‘캘빈’이 진정 우수한 지능을 가졌다면, 지구인에게 온순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실체를 위장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후 지구에 안전하게 들어올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웃는 얼굴로 자신의 잔혹성과 폭력성을 철저히 숨기는 인간이야말로 가장 지능적이고 위험하며 두려운 존재가 아닐까요?


사막, 오일, 테러, 무시되는 여성의 권리 따위의 이미지들로 연상되는 이란(Iran)의 여성들. 하지만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치열하게 생명을 가꾸는 모성, 사랑을 갈구하는 여성의 마음은 여느 곳과 다르지 않습니다. 13세기 페르시아 문학의 신비파를 대표하는 시인 루미(Jalāl ud-dīn Muhammad Rūmī)는 <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란 詩에서 “봄의 과수원으로 오세요 / 꽃과 촛불과 술이 있어요 / 당신이 안 오신다면 / 이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 당신이 오신다면 / 또한 이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라고 노래합니다.


이란시 번역시집 「백년의 시간, 천개의 꽃송이(에스마일 셔루디 외 지음)」에는 샤흐리여르의 詩 <어머니, 내 어머니>가 실려 있습니다. “어머니는 고향의 허드레꾼 몸종 다 포기하고 / 하필 나와 내 운명을 찾아왔다 / 나 말고도 자식 네 명을 더 키워냈다 / 석유통을 겨드랑이에 끼우고 / 매일 밤 가난한 집 대문을 나와 / 다 죽어가는 사랑에 불을 밝혀 왔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사랑을 찾고, 사랑을 키우는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이런 모습들이 진짜 인간의 얼굴은 아닐까요?


패티 젠킨스(Patty Jenkins) 감독의 영화 <원더우먼>에서 아마존 데미스키라 왕국의 여인들은, 제우스神이 인간과 신의 중재자로서 자신들을 창조했다고 여깁니다. 악마성을 드러낸 인간을 벌주려는 전쟁의 신 아레스(Ares)라는 폭력성을 아들로 낳았으면서도, 그런 인간을 지켜낼 또 다른 딸 ‘다이애나 프린스(원더우먼)’를 낳은 제우스의 뜻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영화 <호빗 : 뜻밖의 여정(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에서는 착한 ‘스미골’과 사악한 ‘골룸’이 다중인격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인간의 몸속에는 실제로 다양한 모습들이 숨어 있습니다. 그토록 다양한 내면의 얼굴 중 어떤 얼굴을 선택해 평생을 살아갈 것인가는 제우스도 결정하지 못합니다. 오직 인간만이 스스로 그 모습을 결정하는 주체적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파괴적 악으로부터 인류를 구할 존재도, 슈퍼맨이나 원더우먼 같은 초인적 존재나 神이 아니라, 인간 그 자신인 셈입니다.


기원전 399년.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사형집행을 앞두고 울고 있는 아내 크산티페를 집으로 돌려보내라고 하고선 태연하게 죽음을 이야기하며 웃습니다. 독배를 마시고 죽음에 이르기 직전 “크리토여, 우리가 이스쿨라피우스에게 수탉 한 마리 값을 치르지 않은 것이 있다네. 잊지 않고 갚아주기 바라네.”라는 말을 남기고 그는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초연함은, 죽음을 초월한 삶을 살았기에 가능한 것일 겁니다.


인간이 없는 지구였다면, 지금 우리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요? 神은 과연 어떤 존재를 종말에 이르게 할까요? 우리 인간이 지구에 없었더라면 온갖 나무들과 초록의 풀, 아름다운 꽃들로 온통 낙원이었을 이 지구에, 우리는 도대체 왜 오게 되었으며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지구라는 이 제한된 공간에서 한때의 생명을 누리며 살아가는 존재로서 우리 인간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 역할을 함께 생각해보는 새해가 되길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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