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만 다가오면 슬슬 정치권의 고질병이 도집니다. 나라가 망하는 길이건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故이병철 회장이 무려 30년 전에 ‘정치는 4류’라고 단언했듯, “美서 보니 한국 정치가 가장 낙후된 분야”라는 박영선 前의원의 말이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살면서 땀 흘려 돈을 벌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주로 화폐 감각 없이 마구잡이로 지출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이미 농지도 줄어들고 농부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매년 1조 원을 퍼부어 쌀을 강제로 매입하는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입니다. 농민 표를 노린 것입니다. 청년에게 월 10~20만 원 수당을 주자는 법, 대학생 학자금을 무이자로 대출해주자는 법, 건강보험 재정을 혈세로 메우자는 법, 기본소득을 주자는 법 따위에 온통 매달립니다.
수천억, 수조 원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이런 습성은 국민의 혈세를 자기 돈처럼 여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 돈을 쓰는 마음으로 세금을 쓰면 결코 수천억, 수조 원이 필요한 법안을 마구잡이로 낼 수가 없습니다. 정치인 중 자기 재산이나 집을 국민에게 내줬다는 소릴 들어보질 못했습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선심을 쓰며 뒤로 국민 등골을 빼먹는 망국적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경쟁이 이어질 것입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교수는 진작에 자신의 책 <안티프레질(antifragile)>에서 “자신의 재산을 나눠주지 않거나,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원하는 방식대로 살지 않는 좌파 인사가 하는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말아야 한다”고 일갈했습나다. 작고한 김동길 박사도 생전에 “정치하는 사람들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어놓겠다는 사람은 많아도 집 한 채를 내어놓겠다는 사람은 못봤다”고 조롱했습다. 두 사람의 말이 하나같이 촌철살인(寸鐵殺人)입니다. 제 주머니 돈은 한 푼도 안 내놓으면서, 입으로만 공짜, 무상, 퍼주기 따위를 남발하는 자들의 위선적 행태는 참으로 눈 뜨고 보기 거북합니다.
<플루타르크 영웅전>에서 로마의 마르쿠스 포르키우스 카토가 “민중은 현자를 따라가지 않고 돈다발을 흔드는 사람을 따라간다”고 한 말은, 한마디로 민중을 속물이자 우매한 존재로 규정한 것입니다. 그래서 표를 노리는 정치꾼들은 돈다발을 뿌리는 인기영합주의자가 되는 길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거기엔 자신의 땀과 노력, 자기의 돈과 재산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뒤로 민중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앞에서 흔드는 행위는 일종의 사기술에 불과합니다.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정치가(政治家)’는 드물고, 다음 선거만 생각하는 ‘政治꾼’들만 득실대는 나라는 누가 만든 것일까요. 앞에서 돈다발 흔들고 뒤로는 호주머니 털어가는 ‘야바위’에 속지 말아야 합니다. 민중이 ‘속물이자 우매한 존재’로 전락하면 정치꾼들의 노예가 됩니다. 주인이 주인 노릇 못하면, 호구와 다를 게 무엇인가요. 롤랑 바르트도 자신의 책 <사랑의 단상>에서 “노예란 누구인가? 그는 혀가 잘린 사람이다.”라고 적었습니다. 진실을 말하지 않는 사람은 혀가 잘린 노예입니다. 이젠 국민이 제대로 알고, 진실을 말해야 하며, 야바위와 맞서 싸워야 합니다. 그래야 정치가 달라지고 나라도 바로 서고, 국민도 희망이 있습니다.
맷 리브스 감독의 영화 베트맨(The Betman) 대사에 이런 구절이 나옵나다.
“세상에 필요한 것은 희망이다. 상처가 나은 뒤에도 남은 흉터에 무너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이겨낸다면 달라질 수 있다. 스스로 견디고 맞서 싸울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위선적 선동꾼, 위선적 포퓰리스트와 맞서 싸워 그들의 가면을 벗깁시다. 그 길만이 대한민국과 미래 세대가 살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