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역할

by 권태윤

어느 조직이나 사회, 국가든 부(富)와 권세(權勢)를 누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고상한 용어로 '노블리스(Noblesse : 사회 고위층)'라고 칭합니다.

노블리스는 '오블리제(Oblige : 도덕적 의무)'라는 단어와 짝을 이뤄 사용됩니다.

‘사회고위층의 도덕적 의무’


Noblesse의 어원은 '닭의 벼슬'이고, Oblige는 '달걀의 노른자' 라고 합니다.

두 단어를 묶어 풀이하면 '닭의 사명은 자신의 벼슬(노블리스)을 자랑하는데 있지 않고

노른자가 선명한 알을 낳는데(오블리제) 있다'는 뜻이 됩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껍데기로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내용물이 얼마나 알찬가, 그가 가진 조건들을 공동체를 위해 얼마나 제대로 사용하는가에 따라 결정됩니다.


부자와 나이든 자는 많은데 진짜 부자, 진짜 어른은 없는 시대는 비극적입니다.

여기서 불만과 분노가 생기고 집단의 붕괴가 시작됩니다.


조선 정조 당시 흉년으로 인해 식량난에 허덕이던 제주도 사람들을 위해 全재산으로 쌀을 사서 분배한 거상(巨商) 김만덕,


군수업(軍需業으)로 번 막대한 재산을 독립운동에 대부분 사용한 최재형(崔才亨),

집안의 노비를 해방하고 민족적 자립을 위한 무장투쟁과 국가미래를 위한 교육사업을 펼친 김좌진(金佐鎭) 장군,

‘백리 안에 굶는 이가 없게 하라’는 신념으로 공동체의 복지를 위해 가진 것을 베풀 줄 알았던 경주 최부잣집,

독립 운동가 석주(石洲) 이상룡(李相龍)선생, 우당(友堂) 이회영(李會榮) 선생 집안도 있고, 유한양행 설립자 유일한(柳一韓) 박사도 계셨습니다.


더 풍요롭고 잘 사는 세상이 되었지만, 제대로 된 부자, 제대로 된 권력자는 오히려 드문 세상이 되었습니다.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桓公)의 손자 경공(景公)이 공자에게 정치를 물었을 때 공자는,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경공이 말하기를 '훌륭하구나! 만일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하고, 아비가 아비답지 못하고 자식이 자식답지 못하다면 비록 곡식이 있다한들 내가 그것을 얻어먹을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습니다. - [論語] 안연편(顔淵篇).


시민은 시민답게, 부자는 부자답게, 권력자는 권력자답게...

각자의 '꼴값'은 하고 사는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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