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란?

by 권태윤

“저 언덕 위에 바위가 몇 개 있고, 계곡을 흐르는 강의 깊이가 얼마나 되며, 들판에 홀로 서있는 저 나무의 수명이 어느 정도인지 아느냐?”


밀림의 왕 사자에게 다른 짐승들이 이런 질문을 하며 왕의 자격을 따진다면 어떨까요? 지나가던 소도 웃고, 풀 뜯던 당나귀도 웃을 것입니다. 왜냐면, 밀림의 왕 사자의 자격은 무리를 안전하게 지키는 능력이면 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무에 달린 잎사귀가 몇 개인지, 얼룩말의 줄무늬가 몇 개인지 따위를 묻는 일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사람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똑똑한 대통령이라고 해도 경제학자, 과학자 등등의 전문가들만큼 세세하게 잘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지요. 자리에 맞는 능력 있는 인재를 알아보는 눈만 있으면 됩니다. 하물며 그 일마저도 대부분 좋은 인재를 추천하는 재상(총리)의 몫입니다. 우두머리는 대체(大體)만 알아도 충분한 것입니다.


정조임금은 스스로 호를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이라 했습니다. '조선에 있는 모든 내를 비추는 밝은 달과 같은 존재'라는 뜻입니다. 국왕을 넘어 군사(君師)로서 스스로 모범을 보여 신하와 백성을 교화해 나가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이 담겨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홍재전서(弘齋全書)> 100책을 남긴 호학(好學) 군주였습니다. 이런 임금과 일하는 신하들은 어떠했을까요? 하고 싶은 말은 오히려 마음속에 숨겨버리고, 책잡히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지는 않았을까요? 똑똑한 상사와 일하는 하급자들의 무력감과 수동적 일처리 경향이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건 사물이건 각각 그 쓰임새가 다릅니다. 우두머리의 능력은, 각각의 사람이 가진 재능을 잘 알아보고 그들에게 맞는 일을 하도록 맡기는 인사(人事)가 전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세상 대부분의 조직, 그것이 국가이건 구멍가게이건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없습니다. 정부 부처는 그래서 장관, 차관을 비롯해 층층을 이루는 수직적 조직이 있고, 각기 다른 일을 하는 그런 부처들이 또 있습니다. 과거 김영삼 前대통령이 그랬듯, 머리는 빌려 쓰면 됩니다, 물론 그 머리를 알아볼 눈이 있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제5공화국 시절, 한국은행 출신의 김재익(金在益)은 뛰어난 인재였지만 행정고시 출신들에 밀려 왕따에 가까운 비주류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런 그에게 전두환 前대통령은 “여러 말 할 것 없어.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고 힘을 실어줬고, 말발이 안 먹히던 그를 위해 全 대통령은 경제장관들을 불러 모아 “앞으로 경제수석과 직접 협의하라”고 지시까지 했습니다. 전문가를 선택해 그에게 모든 힘을 실어주는 이런 모습이 바림직한 리더의 모습입니다.


한비자(韓非子)는 군주를 세 가지 등급으로 나누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군(下君)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고, 중군(中君)은 남의 힘을 사용하며, 상군(上君)은 남의 능력을 사용한다. 자신의 능력밖에 사용할 줄 모르는 군주는 최하위의 군주요, 부하의 지혜와 힘을 사용할 줄 아는 군주는 최상위의 군주라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자기의 능력 자체가 없는 무능한 군주도 많지만, 제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능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에만 의지해서는 목표하는 바를 이룰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특히 지식의 양은 우두머리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우두머리가 너무 많이 알아서 생기는 우환이 더 많습니다. 그보다는 철학과 신념 따위의 정신세계를 살펴보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리더의 생각과 가치관이 비뚤어져 있고,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있으면 나라까지 망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다 지혜로우면 금상첨화입니다. 그렇다면 후보의 자질과 역량을 알아보려는 토론 역시 이런 점들을 살펴볼 수 있을 정도의 수준 높은 질문과 답변이 오고가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토론의 수준을 보면 그 나라의 수준을 알 수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지엽말단(枝葉末端)이 아닌, 근본에 곧바로 다가가는 토론이어야 수준 높은 토론입니다. 나머지는 다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Andrew Carnegie)의 묘비명에도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자기보다 현명한 사람들을 주변에 모이게 하는 법을 터득한 자, 이곳에 잠들다.(Here lies a man who knew how to gather around him those smarter than 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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