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적 관점에서 보는 저출산

by 권태윤

어떤 회의에서 누군가 “왜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도 안하고 아이도 낳지 않는가?”, “결혼도 하게 만들고 아이도 낳게 할 수 있는 묘책은 없는가?” 하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때 다른 누군가가 용감하게 이렇게 답했습니다.


“없습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이른바 ‘저출산 대책’이라며 그동안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지만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장기저리로 신혼집을 마련해주고, 보육시설 확충하고, 무상보육 실시하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늘려봤자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데 별로 ‘재미와 보람’을 느끼지 못합니다. 인생의 가치관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습니다. 결혼하여 아이를 낳으면 30년 넘도록 보살피고 경제적 지원도 해줘야 합니다. 정작 부모의 노후준비는 꿈도 못 꿉다. 과연 그런 인생을 좋아할 젊은이가 얼마나 될까요


더 크게 살펴봅시다.


올해 현재 세계 인구는 82억 3,161만 3,070명입니다. 얼마 안 있으면 100억 명에 이릅니다. 지구촌에 저출산이 유행이라는데 왜 인구는 줄어들지 않을까요? 지구전체로 보면 0세~20세까지 인구는 거의 변함이 없다고 합니다. 한스 로슬링(Hans Rosling)의 책 <팩트 풀리스(FACTFULNESS)>에 나오는 자료입니다. 누구는 더 낳고 누구는 덜 낳아 지구촌의 0-20세 인구는 수세기 동안 평균적으로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인구가 늘어나나? 고령화 때문입니다.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여성이 일자리를 갖기 시작하면 저출산은 자연스런 현상이 되었습니다. 보건과 영양이 좋아지면서 아이가 죽는 비율은 현격히 낮아졌습니다. 5명 낳아도 3명 죽고 2명만 남던 환경에서, 한명 낳아도 한명이 생존하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아프리카건 어디건, 경제가 발전하면 적게 낳습니다.


흔히 집 문제, 보육문제, 취업문제 운운하지만, 형편 넉넉한 사람들도 많이 안 낳습니다. 그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출산이 사회환경과 경제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가치관 변화에 따른 것이란 의미입니다. 이젠 혼자 사는 일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고 있고, 독신으로 늙어죽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라가 망하도록 방치하잔 말인가요?


아닙니다. 인구가 줄어든다고 나라 망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합니다. 인구가 성장과 발전의 경제적 필요조건이란 생각을 버리고, 사람의 행복에 초점을 맞춘 건강한 인구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건 무슨 소리인가? 저출산고령화를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인위적 출산정책에 돈을 쓰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지구촌 전체의 미래를 생각하더라도 그게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고령화를 즐겨야 합니다.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일하며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노령인구의 사망으로 인구가 대폭 감소하면, 지구의 생존환경은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며, 삶은 오히려 더욱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출산이 기쁨인 세상이 다시 올 것이며 방방곡곡에서 아이들 울음소리가 들릴 것입니다. 들판의 모든 동물들이 그러하듯, 인간이라는 동물도 자연적으로 출산율을 균형있게 조절하며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본능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믿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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