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몇 가지

2022년 그날의 부질없는 당부를 새삼 회상한다.

by 권태윤

길고 길었던 대선 레이스가 끝났습니다. 그야말로 초박빙으로 승부가 갈렸습니다. 정치초보생 윤석열을 당선시킨 배경과 과정에 대한 분석은 다양합니다. 하지만 결과가 나온 뒤 너도나도 내뱉는 승과 패의 원인분석은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국민 대부분은 그 이유를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선 과정을 포함한 기나긴 레이스에서 만들어진 무용담(武勇談)들은 모두 불에 태워서 버려야 합니다. 말안장 위에서 얻은 天下지만, 이제부터는 말을 내려와 감당하기조차 버거울 정도의 무거운 짐을 져야 하는 상황으로 완전히 바뀐 것입니다.


일상을 포기하고 죽자사자 당선인과 함께 달려온 사람들의 목표물이 달라졌습니다. 그동안은 상대 후보를 쓰러뜨리기 위해 칼을 함께 휘둘렀지만, 이제부턴 사냥감을 분배받기 위해 시뻘겋게 눈을 번뜩일 것입니다. 권력자의 연줄을 찾고, 소위 말하는 ‘윤핵관’의 집 마당에 뇌물이 쌓이기 시작하고 배반과 고발, 아부와 흥정이 이어질 것입니다. 권력자의 눈을 가리려는 자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거기에 아부하여 자신의 몫을 챙기려는 자들이 생길 것입니다.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자들, 음식을 나눠 먹지 못한 자들의 시기와 질투, 배신도 당연한 풍경일 것입니다. 전쟁사, 인간사가 본래 그렇게 지저분한 것입니다.


당선인에게 몇가지만 당부하고 싶습니다. 먼저, 인사에 있어서 당선인이 늘 주장한 단어, 공정과 상식을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자신과 친하거나 가깝다는 이유로, 또는 자신과 같은 학교, 같은 직장 출신이라는 이유로 인사를 하면 반드시 망합니다. 멀리 볼 것도 없습니다. 문재인 정권이 그랬고, 박근혜 정권이 그랬습니다. 그래서 망하는 것입니다. 인사가 만사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모든 인사에는 반드시 불만을 갖는 자가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그것을 잠재울 수 있는 비책 역시 공정과 상식입니다. 누가 봐도 ‘아, 그래 저 사람이라면’이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그런 사람을 골라서 써야 합니다. 미국도 대선이 끝나면 노골적인 논공행상(論功行賞)이 심합니다.


오바마 前대롱령 시절에도 하버드 로스쿨 친구들, 고향 시카고 친구들의 이름이 백악관, 정부 기관, 각국 대사 등의 명단에서 쉽게 발견됩니다. 그런데도 우리처럼 공신들끼리의 다툼 같은 꼴사나운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논공행상을 하더라도 적재적소(適材適所)라는 인사의 기본 원칙을 거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인수위 과정에서 철저하게 버리라는 것입니다. 선거 과정에서 국가발전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를 면밀하게 따져보지 않고 내질렀던 공약, 우선 상대방과 경쟁하기 위해 급조해 냈던 공약, 표를 얻기 위해 현금을 흔들어 보이며 유혹했던 공약들은 인수위 과정에서 모두 버려야 합니다. 욕을 먹더라도 할 수 없습니다. 그게 멀게는 나라를 구하는 길입니다. 규제를 풀거나 강화하려는 공약, 돈을 더 풀려는 공약은 우선적으로 다시 검토해봐야 할 공약들입니다. 새정부가 추구할 목표를 분명히 정했다면 그 정부의 목표, 신념, 철학과 맞지 않는 공약들은 대대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은 많겠지만 임기 5년은 너무도 짧습니다. 5년간 할 수 있는 목표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그나마 그 목표에 도달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끝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사람을 조심하라는 것입니다.


특히 인사와 관련해 편을 가르는 주변인들을 경계해야 합니다.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으로 돌리면, 세상사람의 절반이 전부 적이 됩니다. 그런 세상이 온전할 리 없습니다. 이미 상대 후보를 포함해 그간 미운털이 박힌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司正)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멀리해야 합니다. 득국(得國)은 칼과 피로 이뤘을지라도, 치국(治國)은 절대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5년 내내 적폐청산 운운하며 정적(政敵)들을 정치적으로 도륙했던 결과가 극심한 분열의 정치, 극단의 대결 정치였습니다. 국가지도자에게서 ‘인(仁)’을 빼면, 사나운 ‘력(力)’만 남습니다. 이래서는 국민통합의 정치가 불가능합니다.


한마디 더 보태자면, 야당도 국민입니다. 그들도 어쨌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크고 너른 가슴으로 모두를 품고, 먼저 다가가 숙이고 손을 내민다면 왜 길이 없겠습니까. 그렇게만 한다면 오히려 300석의 국회의석 모두를 내 편으로 만들어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합니다. 한가지 단어만 명심하면 됩니다. 반면교사(反面敎士). 지나온 10년에서 제대로만 배우면, 앞의 5년은 오히려 식은 죽 먹기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3년전 적었던 글입니다. 역사나 윤대통령은 불통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새로 대통령이 된 이대통령에겐 누가, 어떤 조언을 했을까요. 귀를 막으면 천둥소리도 들리지 않는 법입니다. 인생은 짧고도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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