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말년의 문제제기. 필요한 고민
구중궁궐(九重宮闕)로 비유되는 ‘불통의 상징’ 청와대 시대가 막을 내릴 모양입니다. 윤석열 당선인 측은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생각으로 집무실과 관저(官邸) 이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가안보 운운하는 주장은 솔직히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비용과 시간, 효율성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은 ‘국민과의 약속’이라기 보다는 ‘국민께 한 일방의 약속’입니다. 물론 어겨도 무방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약속을 지키되 시간에 쫓기지 말아야 합니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하면, 5년 후 대통령을 위해 지금부터 여야가 합의해 장소와 시설을 정해 추진해도 욕할 국민은 없을 것입니다.
이 문제와 함께 논의를 시작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문제입니다. 사실 일국의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가문의 영광입니다. 한 인간으로서 이룬 최고의 성취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임기 5년간 누리는 특혜가 얼마나 많을까요. 외투는 공복(公僕)이지만, 실제는 국민의 주인 노릇을 하는 것이 대통령입니다.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배우자와 가족까지 수많은 특혜를 누립니다. 보통의 국민은 평생 한 번도 누릴 수 없는 특권과 특혜를 5년간 모두 누립니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약칭, 전직대통령법)> 제7조에 따라 권리가 정지되거나 제외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전직 대통령은 재직 당시 보수연액의 95%를 평생 연금으로 받습니다. 대통령이 사망하면 그 배우자에게 대통령 재직 당시 보수연액의 70%를 평생 지급합니다. 공무원인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1명을 둘 수 있고, 전직 대통령이 사망하면 그 배우자가 비서관 1명과 운전기사 1명을 둘 수 있습니다.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운영경비 등), 교통(차량), 통신 및 사무실 제공 등 지원, 평생 대통령 본인 및 가족 공짜진료(서울대병원, 서울대치과병원, 국립대병원 진료 무료, 민간의료기관 진료비는 국가가 부담), 공무여행시 여비 지급 따위의 지원을 받습니다. 사망하면 국립묘지에 안장됩니다.
지난 198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경우, 수십 년간 보험료를 내고도 받는 연금은 최고월액이 2022년기준 300만 원 남짓입니다. 현재기준 전직 대통령은 월 2천만 원 정도를 받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되어 5년간 그 엄청난 특혜를 누리고, 퇴직 후에도 일민 국민은 꿈도 못 꾸는 특혜를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이런 차별적 예우는 과연 바람직한가요? 국가와 국민에 대한 공적(公的) 헌신은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대통령의 의무이지 권리가 아닙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프랑스를 구한 샤를 드골(Charles de Gaulle) 대통령. 그는 전직 대통령이자 전직 장군으로 받을 수 있는 막대한 연금을 사양하고 퇴역 대령보다 적은 연금을 고집했습니다. 더구나 국민의 돈이 잘못 쓰일까 봐 이발비나 개인 서한의 우표값 등은 자기 돈으로 부담했다고 합니다. 베트남의 국부로 추앙받는 호치민(胡志明)은 대통령의 지위에 오르고도 낡은 나무 책상과 의자가 놓인 단칸방 집무실에서 일했습니다. 그 위에 옥탑방을 지어 병원에서 버린 침대 하나를 이용해 잠을 잤습니다. 대통령이 된 후 가족 친지들과의 왕래를 끊고 끼니마저 직접 해결하며 혼자 살았습니다. 그는 사후에 개인 재산으로 고무신 한 켤레만 남겼습니다.
시골 마을에 방 한 칸의 집무실에서 거주하며 직접 끼니를 해결하고, 농사를 지으며 집무를 본 우루과이의 전직 대통령 호세 무히카(Jose Mujica)의 청빈한 삶도 유명합니다. 그의 사유 재산은 26년 된 낡은 폭스바겐 자동차 한 대 뿐이었습니다. 이런 지도자들로 인해 해당 국가의 청렴 이미지가 크게 달라진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그들과는 아주 많이 다릅니다. 청와대 특수활동비와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의전 비용 등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단에 불복해 도리어 항소했습니다. 청와대의 항소에 따라 특활비 관련 기록물은 문재인정부 임기 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돼 최장 15년간 비공개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도대체 종류와 색상을 셀 수조차 없을 정도로 다양한 김정숙 여사의 옷과 장신구들은 어떻게 마련한 것들일까요. 국민은 궁금합니다. 퇴임 후 남편이 쓰던 볼펜까지 정부의 재산이라며 반납한 타게 엘란데르(Tage Erlander) 스웨덴 前총리 부인의 일화와 비교하면 너무도 씁쓸합니다.
대통령직을 어떻게 수행했는가 하는 평가도 중요하지만, 퇴임 후 어떤 삶을 살았는가는 더 중요합니다. 우리 대통령들은 재임시에도 구중굴궐에 살다가 퇴임 후에도 혈세로 성채(城砦)를 쌓고 은둔자처럼 살아가는 모습이 일반적입니다. 존경받지 못한 대통령들의 씁쓸한 말로입니다. 이제 우리의 대통령 퇴임 후 삶도 달라져야만 합니다. 아무리 법을 만들어 물질적 예우를 한들 그것이 국민의 진심이 담긴 예우일까요? 전직 대통령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최상의 명예입니다. 퇴임 후 가난에 찌들어 밥도 못 먹을 정도로 가난했던 전직 대통령들이 있었던가요? 헐벗고 고통받는 국민이 여전히 즐비합니다. 국민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과도한 물질적 예우는 적절치 않습니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문제와 함께 ‘전직대통령법’ 폐지를 논할 때가 됐습니다.
아니, 지금도 너무 늦었습니다.
* 2022년의 기대는 여전히 헛된 꿈이 되었습니다. 2025년의 꿈은 헛된 꿈이 아니길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