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시골에서 살 때 우리집에서도 몸에 그리 좋다며 '변견(똥개)'을 늘 키웠었습니다. '회견정리(會犬定離)' 라고 우리집과 인연이 됐던 개들은 늘 어딘가로 팔려갔습니다. 더러는 쥐약 먹고 죽은 닭이나 쥐를 '웬 고기냐'며 낼름 뜯어 먹고 그길로 그 닭, 쥐의 황천길 동무가 되어 주기도 하였습니다.ㅠㅠ
그 개는 삼복(三伏)을 지나고 우리집에 왔습니다. 첨에 올땐 개 라기 보다는 강아지였습니다. 어미가 그리워 여러 날을 밤낮없이 울던 녀석이었습니다. 몇달이 지나니 제법 다음해 초복에 써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잘 자랐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운명의 그 날이 왔습니다. 당시에는 나무로 불을 때는 아궁이가 있었습니다. 그날도 형은 이른 아침에 아궁이에 불을 땠습니다. 그날따라 불꽃이 시뻘건게 화력이 참 좋았습니다. 그렇게 벌건 불꽃이 아궁이 속으로 한참을 달려가던 어느 순간, '막조(개 이름인데, 아무거나 막 줘도 잘 먹는다고 막줘 라고 하던 것이 막조로 좀 세련되게 바뀐 것이다^^:)'의 신음 소리가 아궁이 속에서 들려왔습니다. 날씨가 쌀쌀해서 아궁이 속에 들어가 추위를 피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놀라서 황급히 불을 끄고 한바탕 난리를 치른 뒤 아궁이 밖으로 꺼내진 '막조'는, 마치 사람들이 잡아먹기 위해 일부러 그런 것처럼 묘한 냄새를 풍기며 무섭게 그을려져 있었습니다. 가늘게 숨만 쉴뿐 미동도 없었습니다.
"살아나긴 글렀다"며 형은 막조를 건초더미 인근에 버리듯 던져두었습니다. 그렇게 이틀동안 숨만 쉬더니 마침내 숨을 거둔듯 했습니다. 동생과 함께 집앞 길가에 구덩이를 파고 낡은 수건으로 막조를 감아서 정성스레 묻어주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아픈 마음에 가봤더니 막조의 무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너무 무섭기도 했지만 다시 파 보았더니 가늘게 숨을 쉬며 끙끙거리고 있었습니다. 살아난 것입니다. 예수님 부활 이야기 이후 처음으로 생생하게 목격한 '부활'의 순간이었습니다. 아마도 흙이 불에 그을린 막조의 몸을 진정시킨 모양입니다.
그는 그렇게 다시 살아나 예전의 왕성한 식욕을 빠르게 회복했습니다. 불기운, 흙기운 탓인지 그는 보통 개들 보다 외려 더 빨리 자랐습니다.
그뒤 막조가 어디로 팔려갔는지, 자연사했는지, 줄을 끊고 도망을 갔는지는 또렷하게 기억나지 않습이다.
다만 막조를 생각하면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다.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살면서 때로 힘들고 지칠 때 막조의 그 질긴 생명력이 큰 위로를 줍니다.
그 시절과 비교하면 요즘 개들은 '상팔자'가 되었습니다. 개나 사람이나 한 시대를 살아가는 존재로서 시대가 만든 환경 속을 살아갑니다. 복불복인 셈입니다. 좋은 시대를 타고나는 것도 그들의 운명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