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도 조선의 ‘당쟁(黨爭)’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 생목숨만 도륙하지 않을 뿐이지 그 보다 더한 모습이라는 자조와 한탄이 가득합니다. 조선이 망한 이유가 당쟁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내부적 다툼이 망국으로 가는 길에 가속도를 붙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집안싸움이 심해지면 나라가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은 필연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물론이고 언론, 시만단체 등등 수많은 영역에서 서로 편을 갈라 정치적 반대진영을 서로 원수 대하듯 합니다. 지금과 같은 대한민국 정치의 모습을 방치한다면, 우리에게 과연 무슨 미래가 있을 것인가요.
자석(磁石)은 본래 서로 다른 극을 끌어당깁니다. 남과 여가 서로 사랑하고 결혼하는 과정 역시, 서로 다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자석은 반대로 같은 것을 밀어냅니다. 우리 정치가 진영으로 분열되어 서로 다른 모습으로 경쟁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증오(憎惡)’라는 흉기로 무장한 상태에서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하는 그 ‘동질성’ 때문에 화합하지 못하는 형국입니다. 국민 분열을 동력으로 패거리의 확장을 꾀하는 정치야말로 ‘국가의 적’인 셈입니다.
<국제민주주의선거지원연구소>는 우리의 총선 과정과 의미를 담은 ‘한국의 2024년 총선’이라는 글에서 한국의 정치 분열과 양극화가 구조개혁과 정책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숙명여대 경제학부 신세돈 명예교수 역시 “현재 야당은 경제에 관심이 없다. 중장기적인 경제 발전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오로지 정치 프레임으로 윤석열 정부를 몰아세워 국회와 행정부를 장악하는 것 밖에 관심이 없어보인다”고 질타했습니다.
실제로 국무조정실이 연구용역한 결과물인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분석> 자료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22년까지 이념갈등으로 인한 사회비용이 매년 60조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실제로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물론이고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야당을 비롯한 정치적 반대파들은 온갖 괴담과 거짓 선동으로 국민을 분열시켰습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는 노골적인 반일선동까지 부채질해 정파적 이익을 챙기려는 야만적 행태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최소한의 양심도, 부끄러움도 없는 이런 막가파식 정치가 일상이 된다면 더 이상 희망은 없습니다.
지난 2020년 총선을 비롯해 22대 국회에서도 압도적 다수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단순히 언어적 공세가 아니라, 법과 제도를 뒤흔드는 방식으로 정권을 흔들고 국민을 편가르는 행태를 계속했습니다. 22대 국회가 열리기도 전에 행정부의 고유권한인 에산편성권까지 무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최대 리스크는 정치리스크’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이런 극단적 대립의 정치를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필요한 3대(노동, 연금, 교육)개혁도 불가능해집니다.
지난 2022년12월기준 조선일보 조사에 따르면, 국민 41%가 정치성향이 다른 사람과 밥도 같이 먹기 싫다고 했습니다. ‘나쁜 정치’가 만들어낸 비극입니다. 결국 정치를 복원하지 않는다면 국민통합을 통한 국가와 기업의 성장, 국민 삶의 질 향상도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이 됩니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 대통령제와, 다수결을 원칙으로 하는 민주주의 제도의 허점을 보완할 때가 된 셈입니다. 대통령제가 수명을 다했고, 의원내각제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제헌 헌법은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러다가 이승만 대통령이 4·19 혁명으로 하야하자 1960년 6월 15일에 의회민주주의를 골자로 한 헌법 개정으로 대한민국 제2공화국이 성립하면서 처음으로 의원내각제가 도입되었습니다. 그러나 몇 년 후 쿠데타 세력의 정권 장악과 헌법 개정으로 의원내각제를 폐지하고 다시 대통령제로 환원됐습니다. 물론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면 가난 극복과 남북간 대치, 경제성장을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대통령제가 효용성이 높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너무도 많이 변했습니다. 현재의 대통령제도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만큼 시대변화에 맞는 제도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정당 간에 대화와 타협의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나라가 쪼개질 판입니다. 연정에 참여하는 정당의 숫자만큼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가 국정에 대변될 수 있고, 선거에서 1등을 하지 못하더라도 행정 권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정당 간에 적대적 극한 대결을 피할 수 있는 의원내각제가 가장 현실적 대안입니다.
대통령이 아무리 무능하고, 스캔들에 연루되어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상실했더라도 임기 중 교체가 곤란한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됩니다. 내각의 입장에서도, 현재 의회의 의석 구도가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고 판단되면 즉각 의회를 교체해 불필요한 갈등과 소모적 정쟁을 방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속한 의원내각제 도입 개헌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2030년 부터는 대통령이 사라진 우리 정치의 모습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