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마음속에 분노가 넘쳐나고 절망이 커가는 오늘날과 같은 세상에서 우리가 극복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우리들 마음속에 가득한 '탐욕'이라는 이름의 악마적 심성(心性)일 것입니다. 그것이 결국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는 생각입니다. 탐욕에 눈이 멀면 사람이 사람을 의심하고, 속이며, 증오하고, 욕보이며, 비하하고, 죽이는, 막가는 세상밖에 우릴 기다리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이런 절망감이야 새삼스런 일도 아니라지만 이런 탐욕의 세상을 방치하고 우리 마음속의 악마를 버리지 못한다면 우리는 조화와 상생을 도모하는 인간다운 인간이라고 자부할 수 없을 것입니다.
프랑스의 생물학자이자 철학자인 장 디디에 뱅상(Jean-Didier Vincent)은 자신의 저서 『인간 속의 악마』에서 인간이라는 생물체 안에 깃든 악마를 찾아 나섭니다. 그는 이 책의 말미에서 "사실은 우리 자신이 악마"라고 고백합니다. 사랑과 박애, 자비와 보살을 외치면서 도리어 그것을 파괴하는 사람. 인권과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그것을 파괴하는 사람이 넘쳐 나고, 이를 방조하거나 부추기는 집단이 기승을 부리는 사회를 탐욕에 찌든 '악마들의 사회'라 한들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가끔은 뱅상의 진단처럼 우리들 스스로가 이미 악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악마는 흉측한 괴물의 모습이 아니라,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우리 속에 있다는 말도 있고 보면 참으로 사람이 두려운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권력추구를 위해 위선의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이간질 시키고, 일신의 영달을 위해 사람 속이기를 법 먹듯 하며, 교활한 혓바닥으로 '그들만의 세상 만들기'에만 골몰하는 빗나간 특권층을 깨부수는 일도 결국 가장 먼저 탐욕이라는 '내 안의 악마'를 찾아내 없애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성경에서는 교만, 시기, 분노, 나태, 탐욕, 탐식, 탐색 이 7가지를 죄악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7대 죄악론은 문학에도 반영되어, 단테(Alighieri Dante) 의 『신곡(La Divina Commedia)』이나 초서(Geoffrey Chaucer)의 『캔터베리 이야기(The Canterbury Tales)』에도 자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인도의 마하트마(위대한 영혼) 간디(Mahatma Gandhi)는 원칙이 없는 정책, 도덕성이 없는 상거래, 일하지 않고 얻는 행운, 양심 없는 쾌락, 인간성을 잃어버린 과학, 개성 없는 교육, 헌신 없는 예배, 이 7가지를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사회악은 사회를 망하게 하는 요건이 됨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이 7가지 악이 성행하는 것을 막아야 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성경의 7대 죄악론이나 간디의 7대 사회악은 모두 우리 인간의 정신과 행동을 지배하는 탐욕스런 악마적 습성과 행동을 경계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안의 작은 탐욕이 모여 사회악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결국 사회악을 없애는 것은 우리 안의 탐욕을 없애야만 가능하다는 얘기가 될 것입니다.
굳이 성경에서 죄악을 규정해놓지 않더라도 사실 우리들 마음속에는 교만과 시기, 분노와 나태, 탐욕과 탐식, 탐색이 가득합니다. 정치인은 교만에 가득 차 백성 알기를 발톱의 때 정도로 밖에 여기지 않고, 지식인들은 생각이나 삶의 방식이 서로 다른 사람들을 시기하며, 분노로 가득 찬 사람들은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해 사람 죽이기를 파리 죽이듯 하고, 부자들은 좋은 것을 더 많이 먹고, 마시고, 입으려는 욕심으로 두 눈이 벌겋게 충혈 되어 있습니다.
특히 간디의 7대 사회악은 혼란과 무질서, 부정과 타락, 거짓과 위선이 팽배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할 것입니다. 간디는, 아무런 기준이나 원칙이 없이 이해관계에 따라서 정책이 바뀌고, 건강을 해치는 음식물을 파는 '사악한 상거래'가 횡행하고, 요행수만 바라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가며, 딸 같은 아이를 꾀어 돈 몇 푼 쥐어주고 쾌락을 취하고, 십대의 여학생들을 술집으로 유인하거나 팔아먹으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며, 어떤 재앙을 불러올지 모를 유전자 조작이 갈수록 늘어나고, 일류 대학을 보내기 위한 교육망치기가 방치됨은 물론 잘못된 언론과 지식인에 의해 더욱 조장되는가 하면, 자기 자신의 희생이 따르지 않는 위선적인 예배와 세 불리기식 종교가 확산되는 오늘의 이런 모든 세태는 결국 우리의 악마적 탐욕을 입증하는 모습들이라고 경고합니다.
게다가 이런 악마적 탐욕은 다른 많은 사람들 까지 '절망'이라는 구렁텅이로 몰아가기까지 합니다. 덴마크의 철학자 S.A.키에르케고르(1813~1855)는 '절망'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했듯, 절망은 사람과 사람사회를 죽이는 악마들의 도구와도 같습니다. 우리들의 악마적 탐욕은 자신은 물론 타인들까지 절망이라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아 마침내 세상을 망하게 할 것입니다. 희망을 잃어버리고 절망으로 가득 찬 세상이 바로 인류가 멸망하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 하고, 더불어 사는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우리안의 추악한 탐욕의 모습을 공개하고 함께 치료해야만 합니다. 국가는 당리당략이 아닌 국리민복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하며, 더러운 목적으로 이뤄지는 음모적 반대를 꿋꿋하게 물리쳐야 합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교육과 노동정책, 후세를 생각하는 환경정책, 더불어 사는 복지와 경제정책, 평화에 기초한 통일정책 따위를 펼쳐가는 노력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들 모두는 오로지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한다는 극단적이기를 버리고, 더불어 사는 사람다운 삶의 철학을 다시 가다듬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