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대해 ‘청와대 여의도출장소’라는 조롱은 과거부터 흔했습니다. 물론 국회가 자초한 조롱입니다. 특히 여당의 경우,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의무를 내던지고 노골적으로 행정부의 시녀 노릇에 열을 올립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박근혜, 문재인 정권은 그 정도가 도를 넘었습니다. 의회주의자여야 할 국회의원들이, 청교도혁명 시대에 찰스 1세(스튜어트왕조의 영국 왕)를 지지한 왕당파(Royalists)처럼 행동했습니다. 21세기 대한민국 국회의 이런 수치스러운 모습을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우리 <헌법> 제40조는 국회의 입법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52조는 예산안심의 확정권을, 제61조는 국정감사와 국정조사권을 각각 국회에 부여하고 있습니다. 제64조에 따라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행정각부의 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등에 대한 탄핵소추권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국회법>은 제24조에서 다음과 같은 선서를 하게 합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그런데 우리 국회와 국회의원들은 어떠한가요? 헌법상 의무와 국회법의 선서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가? 참으로 유감스럽게도 그야말로 엉망진창입니다. 특히 여당은 ‘여의도출장소’를 넘어 청와대(대통령)에 맹종하는 ‘행동대원’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전혀 수치심을 느끼지 않습니다. 도리어 그걸 자랑합니다. 스스로 의회주의자가 아니라, ‘왕’을 받드는 ‘신하’ 역할을 자처하는 게 우리 여당 국회의원들의 현주소입니다.
우선 예산안심의 확정권부터 봅시다. 정부가 예산안을 짜오면 국리민복을 위해 보다 효율적으로 뜯어고치는 주체가 국회입니다. 즉, 국가 예산을 조율하는 권한의 주체가 정부가 아니라 국회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거의 코미디에 가깝습니다. 예산안심의‧확정권을 가진 국회의원이 행정부 일개 관료에게 예산을 달라고 굽신거리며 ‘구걸 행위’를 합니다. 더 웃기는 건 그걸 잘했다며 스스로 동네방네 홍보를 합니다. 국회의 권능은 땅바닥에 처박힌 지 오래입니다. 이렇게 국회의원 스스로 자기 얼굴에 먹칠하면서도 그게 왜 문제인지 전혀 모릅니다. 그러니 예산안 심사가 제대로 될 리 만무하고, 그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결산안을 제대로 살펴볼 의지와 능력도 없습니다. 이러니 행정부 공무원들이 겉으로는 굽신거리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국회의원을 아주 우습게 압니다. 당연한 것 아닐까요.
국정감사와 인사청문제도는 또 어떠한가요. 여당은 대통령이라는 ‘왕’의 방패 노릇에 온몸을 던집니다. 국정(國政)을 감사해야 할 의무를 부여받은 국회의원들이 행정부가 아니라 도리어 동료 국회의원을 향해 거칠게 칼날을 세웁니다. 이건 거의 의회에 대한 반란이요 국민에 대한 반역적 행위입니다. 헌법이 부여한 의무를 스스로 팽개치고 야당 국회의원을 공격하는 이런 멍청한 짓을 저지르면서도 수치심이라곤 없습니다. 인사청문회는 또 어떤가요?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고위공직자를 고르려면 자격과 자질을 검증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당 국회의원들은 그런 검증을 시도하는 야당 의원을 도리어 욕합니다. 수년전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이 보여준 모습은 가히 두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도저히 의회주의자의 자세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그냥 주인의 눈에 들기 위해 아부하는 애완견 또는 내 편을 지키기 위해 상대를 물어뜯는 사냥개의 행태와 별로 다를 바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골방에서 몰래 이런 일을 벌이는 것도 아닙니다. 수많은 국민이 방송을 통해 지켜보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런 행태를 보여줍니다. 이런 짓을 정권 바뀔 때마다 역할 바꿔가며 경쟁적으로 합니다. 참으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 따로 엾습니다.
또 하나 웃기는 장면이 있습니다.
대통령 후보 또는 당선인으로부터 어떤 직책을 받는 것을 영광이자 자랑으로 생각하는 국회의원이 적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조상으로부터 대대로 물려받은 가보(家寶)라며 노비문서 들고 <진품명품쇼>에 나온 사람과 다를 게 없습니다. 어떤 국회의원은 ‘수행원’ 역할을 하며 후보 또는 당선인의 곁에서 자랑스럽게 돌아다닙니다. 월급은 국민이 주는 데 국회의원의 의무와 역할이 아닌, 비서, 수행 따위의 엉뚱한 역할을 하면서도 수치심을 느끼지 않습니다. 도대체 ‘개념(槪念)’이라곤 없는 국회의원들입니다. 지금이 왕조시대인가요?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원의 의무는 소홀히 하면서 그걸 자랑으로 여기는, 코미디보다 더 웃기는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국특완박(국회의원 특권 완전 박탈)’을 주장하지만, 어쩌면 정말 시급한 것은 ‘엉국완퇴(엉뚱한 일을 하는 국회의원 완전 퇴출)’가 아닐까요? 아주 대놓고 ‘신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누군가를 지키겠다’는 둥, 검찰 수사권을 완전박탈해 누구누구를 지키겠다는 반헌법적 언행을 공공연히 하면서도 왜 그것이 문제인지 전혀 모르는 국회의원도 있습니다. 자신을 뽑아준 국민, 자신에게 부여한 국회의원의 헌법적 의무, 국회법상 의무를 쓰레기통에 처박고도 수치심을 모르는 대한민국 국회는 너무도 후지고 엉터리입니다. 이런 수준 낮은 국회와 왕당파 국회의원들을 과연 언제까지 인내해야만 하나요. 임계점에 다다른 국민의 분노가 그것을 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