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5월30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당선된다면 쓸 집무실과 관련해 “최대한 빨리 청와대를 보수하고 그리로 갈 것”이라며, “용산은 가지 말라는 사람이 많다. 이상한 것 해 놨을지 모른다”, “도청문제, 경계·경호문제 등이 심각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을 보면 '세종 행정수도의 완성을 추진하고 국회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을 임기 내 건립'하겠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것은 누가 봐도 현직 대통령 또는 적어도 그 다음 대통령부터는 세종시에서 집무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덕분에(?) 세종 아파트값이 수주 연속 치솟기도 했습니다. 물론 세종행 무산으로 짧은 꿈에 불과했지만 말입니다.
李대통령은 6월4일 첫 집무를 시작하며,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에서 청와대로 다시 이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대한민국의 상징이며 보안과 역사성을 갖춘 공간”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렇다면 문재인 前대통령은 2017년 5월10일 취임사에서 왜 ‘대한민국의 상징이며 보안과 역사성을 갖춘 공간’을 버리고 굳이“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했을까요. 권위적인 대통령에서 벗어나 시민속의 대통령으로 가겠다는 다짐 아니었을까요. 광화문 이전 일정과 관련해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는 “올해 계획을 세우고 내년 예산에 반영해 2018년에 공사를 마친 뒤 2019년께 이전한다”고 발표했었습니다. 광화문대통령기획위원회와 서울역사문화벨트위원회를 출범시키기도 했었습니다.
물론 당시의 모든 약속은 하나도 실천되지 않은 공염불로 끝났습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권위적인 대통령에서 벗어나 시민 속의 대통령으로 가겠다고 했던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드리웠던 불통의 시대를 끝내겠다는 것이었지만, 자신 역시 청와대에서 불통의 시대를 보내다 갔습니다. 시민 속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은 결국 몽상으로 끝난 셈입니다. 청와대라는 공간 자체가 업무능률이나 효율, 내부소통에 문제가 많은 곳으로 지적되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약속을 지킨 대통령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문재인 前대통령도 아닌 윤석열 대통령이었습나다.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의, “용산에 이상한 것을 해놨을지 모른다”는 주장을, 청와대를 떠나고자 시도했던 이들 전직 대통령들과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도청문제, 경계·경호문제 등이 심각하다”는 주장 역시 적절치 않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으로 불린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前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하고도 국가 공관이 아닌 수도 외곽의 허름한 농가에서 배우자와 살았습니다. 대통령 월급의 90%를 기부하고 1987년산 낡은 폴크스바겐 비틀을 타고 다니며 소탈하고 검소하게 생활해 많은 이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가 그렇게 살면서 도청문제, 경계·경호문제 등에 신경이나 썼을까요? 높은 벽과 철문, 위압적인 경계가 오히려 더 많은 보안문제들을 초래하기 마련입니다. 올바르게 정치만 한다면 국민이 나서서 대통령을 지킵니다. 대통령의 진정한 ‘방탄’은 오직 국민인 셈입니다.
현실적인 문제도 당연히 살펴봐야 합나다. 2022년 5월10일부터 국민에게 개방된 청와대 방문객은 800만여 명에 이릅니다. 2~300만의 외국인 관광객까지 더하면 1천만 명이 훨씬 넘습니다. 이들이 모두 청와대를 속속들이 들여다봤습니다. 아무리 재공사를 하더라도 이런 곳에 다시 들어간다는 것은 ‘공개된 과녁’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만큼 도청문제, 경계·경호문제 등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다 청와대재단으로 바뀌어 일해온 300여 명의 근무자들은 또 어떻게 할 것이며, 6개월 가량 소요된다는 공사비는 2중의 혈세 지출이 됩니다. 막상 공사를 하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공사의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일반 국민의 청와대 관람은 7월 중순부터 조정 운영을 시작해 8월부터는 관람이 잠시 중단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10일, 용산 대통령실을 청와대로 이전하기 위한 예비비로 259억 원을 책정했습다. “윤석열 前 대통령이 앞서 청와대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옮겨올 때 든 비용의 70% 수준”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비용은 청와대를 국민께 완전하게 돌려드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정부의 청와대 복귀는, 쓰지 않아도 될 돈을 다시 쓰는 것도 모자라 이미 3년간 국민 품에 있던 청와대를 일방적으로 회수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청와대 개방 2주년이던 2024년 5월9일, 청와대재단은 이렇게 약속했었습니다.
“앞으로 20년, 200년이 지나도 더 많은 국민과 세계인이 꾸준히 찾아오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소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국민의 목소리에도 더욱 귀를 기울여 진정으로 청와대가 우리 모두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
국민을 생각한다면, 이재명 대통령의 청와대行은 이제라도 제고하는 것이 당연하고 옳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