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군데라의 소설 <정체성(L 'Identite')>의 내용은, 안정효의 <낭만파 남편의 편지>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모두, 남편이 자기 아내를 몰래 훔쳐보는 낯선 이를 가장하여 아내에게 편지를 보내며 그녀의 변화를 지켜보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쿤데라의 <정체성>에서는, 그 편지를 쓴 사람이 남편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결국 다시 사랑하게 된다는 결말입니다. 안정효의 <낭만파 남편의 편지>에서는 아내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남편은 아내에게 "만나자"는 편지를 보내고, 아내는 망설이다가 그 '낯선 이'에게 자신은 남편이 있는 여자라며 거절하기 위해 나가기로 결심하면서 끝납니다. 결국 남편 입장에서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나갔다가 결국 약속장소에 나올 아내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들이 다시 사랑하게 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두 이야기의 핵심은 편지라는 매개를 이용해 남편은 아내에 대한 새로운 관찰을 시작하고, 결국 아내의 새로운 모습, 아니 그동안 발견치 못했던 여러 아름답고 사랑스런 모습을 발견하며 새롭게 사랑을 발견한다는 것. 아내는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을 때 비로소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된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특히 안정효의 <낭만파 남편의 편지>는 아주 오래전(1996년)에 읽었는데 지금껏 그 설렘, 두근거림, 떨림의 감정이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다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낯선 이의 이름으로 열열한 구애, 관심의 편지를 보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