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정당개혁에 대한 짧은 생각

by 권태윤

불신받는 우리 정치. 우리 정치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우리 정당들이 정책(政策)정당이 되지 못하고 ‘정략(政略)정당’으로 존재해왔던 점이 원인의 하나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우리 정치와 정당이 정략정치에 매몰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당의 일체감과 화합이라는 포장지에 가려진 상명하복(上命下服)식 비민주적 정당 운영에 그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투명하고 합리적이며 공명정대하지 않은 공천방식에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짱도 이러한 공천 시스템에서 나옵니다. 그간 각 정당은 경선제를 포함한 다양한 개혁방안을 내놓고 실험해 왔지만, 국민의 기대와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대외적인 신뢰와 대내적인 신뢰로 구성됩니다. 대외적인 신뢰는, 국민으로부터 정치활동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고 지지층을 모집하고 유지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대내적인 신뢰는,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 국회의원과 당원을 포함한 당내 구성원들 간의 신뢰를 의미합니다. 정당의 존재가치를 위한 역량 강화와 핵심인력의 유지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중 어느 한 가지 신뢰라도 훼손되면 연쇄반응을 일으키게 됩니다.


정치가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는 길은 생산적 활동을 통해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좋은 정당과 정치인을 골라내려는 국민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각종 정치비용이 효율적으로 사용되는지 상시 감시하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정당 내부의 자정기구가 그 기능을 상실하고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때, 정당 내부의 자정능력은 무너지고 불신은 커집니다. 정당 스스로 강력한 내부 감시시스템을 구축해 상시 자정(自淨)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내부감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을 경우 정치에 대한 신뢰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현재 수행되고 있는 시민단체나 언론 등의 외부감시 역시 정당의 내부감시시스템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내부감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정당을 감시하면서 문제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당연히 국민들의 불신은 커집니다. 공천 문제를 포함해 중요한 의사결정 등에 있어서 당 지도부와 구성원의 공모에 의한 은폐와 조작 가능성은 그만큼 커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당 정치가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은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정당 내부의 감시기구를 더욱 활성화하는 일입니다. 단순히 정당 구성원의 불법·비윤리적·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 등을 신고하는 내부신고 제도만으로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당 지도부와는 독립적인 강력한 비상임 위원회 혹은 상시 감시위원회를 통해 내부감시가 충실히 유지되는 정당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부감시는 정당 구성원들이 단순히 규정에 부합되게 행동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회계 및 윤리 정보, 불공정한 정당운영 등의 구체적 사실을 제대로 적발할 수 있도록 사전 검증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아울러 그 결과를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알려야 합니다. 외부 지지자들이 정당의 계량화된 회계 정보나 윤리 정보 등을 믿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당은 내부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일반 국민들과 공유함으로써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정당은 가장 가까이 있는 당원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하고 있어야 합니다. 당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그 정당은 국민의 요구에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을 할 수 없습니다. 당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은 당연히 약속을 지키는 것입니다. 정당과 정치인이 각종 선거에서 내세웠던 정치적 이념과 정책을 반드시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그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폭넓게 반영될 수 있는 정책의 소통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실상 과거의 지구당 역할을 하는 현재의 당원협의회는, 정책연구소 기능으로 완전 재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수집되고 연구된 각 당원협의회별 정책을 시도당별로 다시 통합하고 분석해 조정하며, 이를 국가정책에 반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특히 이러한 정책경쟁의 결과를 계량화하여 정당후보자 공천에 반영하는 장치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 일환으로, 국민의 세금을 받는 4급 보좌관 등을 지역구 관리에 투입하는 현재의 관행은, 정책정당화를 가로막는 원인 중 하나이므로 시급히 개혁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높은 신뢰도는 정치와 사회적 비용을 경감시킵니다. 신뢰는 수요자와 공급자에게 정보를 공유하는 길을 마련해 주고 있으며, 자원의 공유를 촉진시킴으로써 양자의 관계에 있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됩니다.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통한 신뢰정치를 위해서는 정당과 국민이 상호 보완되는 목표를 찾아내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순간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단기적인 처방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만 합니다. 이를 위해 범국민적 논의 기구를 발족시켜 정치와 정당개혁을 위한 방안을 찾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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