落詩(낙서 또는 詩) - 129

by 권태윤


아내 -


거울을 봤을 때

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얼마나 아득하고 무서울까

아내는 나의 거울

날마다 나를 반듯하게 치장하게 하고

나의 흉허물을 바로 잡아주시네

아내가 없는 세상은

나란 존재가 거울 속에 비춰지지 않고

이승과 저승 그 어디쯤

유령처럼 떠도는 그 경계의 막막함

그것과 같을 것이네


부엌을 봤을 때

그대 고단한 뒷모습 보이지 않는다면

얼마나 적막하고 무서울까

아내는 나의 생명줄

날마다 나의 속을 따뜻하게 데워 주고

나의 부실함을 잔소리로 채워주시네

아내가 없는 부엌은

나란 존재가 더 이상 정착할 공간도 없이

허공과 진공 그 어디쯤

더 이상 소리 내지 못하는 공포

그것과 같을 것이네


그대 부디 오래오래

또렷하게 나를 비추시고

따뜻하게 나를 데우시고

저녁 식탁에서 도란도란 세상이야기

끝없이 들려주시게

부디 그래 주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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