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봤을 때
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얼마나 아득하고 무서울까
아내는 나의 거울
날마다 나를 반듯하게 치장하게 하고
나의 흉허물을 바로 잡아주시네
아내가 없는 세상은
나란 존재가 거울 속에 비춰지지 않고
이승과 저승 그 어디쯤
유령처럼 떠도는 그 경계의 막막함
그것과 같을 것이네
부엌을 봤을 때
그대 고단한 뒷모습 보이지 않는다면
얼마나 적막하고 무서울까
아내는 나의 생명줄
날마다 나의 속을 따뜻하게 데워 주고
나의 부실함을 잔소리로 채워주시네
아내가 없는 부엌은
나란 존재가 더 이상 정착할 공간도 없이
허공과 진공 그 어디쯤
더 이상 소리 내지 못하는 공포
그것과 같을 것이네
그대 부디 오래오래
또렷하게 나를 비추시고
따뜻하게 나를 데우시고
저녁 식탁에서 도란도란 세상이야기
끝없이 들려주시게
부디 그래 주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