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 대한 예의

by 권태윤

이사를 가기 위해 집을 내놓으면, 집을 보러 온다는 연락이 더러 옵니다.

아무렇게나 던져두었던 옷가지, 물건들을 주섬주섬 모아 정리합니다.

내친 김에 빗질과 걸레질도 해봅니다.

인생의 한 때를 살았던 소중한 공간을 잘 넘기기 위해 쓸고 닦습니다.


사랑의 이별도 마땅히 그러해야 합니다.

분노와 미움이 아니라, 사랑을 담은 손길로 더 곱게 차려 입혀 다른 이에게 보내야 합니다.

그것이 내가 너를 깊이 사랑했었다는 마음의 증표요,

내 한 때의 사랑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확인하는 의식입니다.


그러고 보면, 죽음이란 이별도 역시 그러합니다.

故人이 생전에 아끼고 좋아했던 옷가지와 물품을 함께 태워 보내는 일,

춥고 시린 곳으로 떠나는 이에 대한 따뜻한 배려입니다.

보내야 하지만, 여전히 너를 보내기 싫다는 절절한 미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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