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公共)의 적(敵)

by 권태윤

“대장동 개발은 민간개발 특혜 사업을 막고 5,503억 원을 시민 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 공익사업”


대장동 개발로 5,503억 원을 ‘공공 환수’했다고 했지만 제1공단 공원조성비 2,561억 원, 북측 터널·대장IC 확장·배수지 920억 원, 제1공단 지하주차장 400면 200억 원 등은 공공 환수가 아니라 민간업체의 기부채납이라는 논란, 임대주택부지 사업 배당이익 1,830억 원마저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빼앗아 마련했다는 비판, 여기에 화천대유를 제외한 성남의뜰 민간업체 주주 전원이 주택 사업을 벌일 수 없는 금융사였다는 점 등은 논외로 치겠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아 보이는 ‘대장동 사건’에서 당시 이재명 지사는 ‘이익’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이다. 뿐만아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 부처나, 국민 세금 또는 독점적 공공사업으로 운영되는 정부부처산하 공기업들도 흔히 결산서 상에 ‘이익’이라는 표현을 기재합니다. 이런 표현은 적절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적젙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민으로부터 건강보험료를 거둬들여서 한 해 동안 의료기관 등에 국민이 이용한 의료비를 정산해주고 돈이 남았다고 합시다. 이것은 건강보험공단이 운용을 잘해서 이익을 거둔 게 아니라, 쓴 것보다 많은 보험료를 거뒀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익’이 아니라 ‘너무 많이’ 거둔 것입니다. 이것은 도리어 비판받아 마땅할 일입니다.


한국도로공사가 한 해 동안 운영하고 보니 돈이 남았다고 한다면, 고속도로 운영으로 거둬들이는 수입이 지출보다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국민이 고속도로 통행료로 그만큼 더 ‘부담’을 한 것입니다. 반대로 서울교통공사처럼 천문학적인 손실이 났다는 것은, 그만큼 지하철 이용객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소위 ‘공짜 손님’이 너무 많은 것이지요. 박원순 서울시장 때 인권 운운하며 65세 이상 외국인에게까지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줬으니 더 말해 무엇할까요.


이 말은 결국 누가 얼마를 ‘부담했느냐?’, 또는 ‘누가 얼마를 더 부담해야 하느냐?’의 문제이지 ‘이익’이나 ‘적자’로 표현할 부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 국민이 법률과 제도에 의해 공공에게 독점적 사업권을 부여한 것은, 공공의 서비스에 대한 사용료를 많이 받아서 이익을 내라는 것이 아닙니다. 공공은 독점적 사업권을 갖고 운영하되, 정권의 목적(선거 등)에 따른 과도한 요구까지 공적으로 감당하라는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니 오히려 ‘적자’가 나야 하는 것이 당연한 상식에 속합니다.


그런데도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한다면서, 적자를 내는 공공기관들에게 페널티를 부과하고 성과금을 삭감합니다. 정권의 정치적 목적에 공기업을 동원하면서, 그 부담을 몽땅 공기업에 떠넘기는 이상하고 잘못된 관행이 당연시되어 온 것입니다.


다시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의 ‘5,503억 원 시민이익’으로 돌아가 봅시다.


‘이익’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이 돈은 사실 누군가의 ‘부담’입니다. 땅을 헐값에 강제로 수용당하고 재산권을 침해당한 성남시민 또는 타지역 시민, 비싼 분양가를 떠안은 성남시민 또는 타지역에서 분양받고 온 시민이 그들입니다. 그들은 성남시 또는 화천대유 몇몇 개인들의 호주머니에 일확천금을 안겨주기 위해 자신들의 ‘이익’을 희생당한 희생양 또는 이용당한 피해자인 셈입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시민이익’이니, ‘정당한 개발이익’이니 하는 소리는 국민의 역린을 건드리는 언행입니다.


공공은 적자를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서비스 이용자의 부담을 줄여주려면 적자는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 부분들을 더 많은 다수가 나눠서 부담하는 공적 시스템이 바로 세금제도입니다. 따라서 공공개발 운운하면서 도리어 ‘이익’을 먼저 입에 올리는 자가 있다면, 그자들이 바로 ‘공공의 적’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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