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니 앉아 창밖에 내리는 눈을 그윽히 바라본다.
그리운 이를 십수년 만에 만난 기분과 설렘 사이로,
그는 창틈에 살포시 내려 앉는다.
우리는 자꾸만 자라는 마음을 다독이며
덮어두었던 둥지를 열어 가만 쓰다듬는다.
담아뒀던 아픔의 과일들과, 묵혀뒀던 상실의 술잔이
고요한 식탁에 하나 둘 자리 잡는다.
아내와 나는 가끔 창밖을 보며
서로 다른 기억의 자락을 따라 걷는다.
한없이 아늑한 침묵 사이로
눈송이 하나가 반짝인다.
서로의 추억이 녹아 하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