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붕괴

by 권태윤

배고픔을 겪던 가난한 시절에도 우리는 노후 걱정을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대가족제가 가져다 준 축복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보다 더 많이 벌고, 더 잘 벌고, 더 풍요로운 시대인 오늘날은 어떻습니까? 우리 삶은 더 고달프고, 우리 미래는 더 불안해졌습니다. 고독사, 노인빈곤률과 자살률 급증, 고용불안, 노후설계가 안되는 삶으로 우리네 인생은 훨씬 더 불안하고 불행해졌습니다. 더 많이 쥐어짜도 돌아갈 것은 적고, 현재세대와 미래세대는 먹을 것을 두고 경쟁하고 다투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것입니다. 불행한 우리는 더이상 아이를 낳지 않습니다. 부모와도 같이 살지 않습니다. 우린 각자 뿔뿔이 흩어져 외로윤 삶을 살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세상이 된 것입니까? 풍요롭다는 지금의 세대는 왜 더 불행해졌을까요? 농촌의 붕괴가 큰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농촌에 사람이 넘치던 시절에는 적어도 늙어서 밥 굶을 걱정은 없었습니다. 부모세대와 자식세대는 지금보다 가난했지만 훨씬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겐 돌아갈 고향도, 부모도 없습니다. 망망대해에 혼자 떠돌며 살아가는 삭막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누구는 노후자금으로 몇억이 드네 몇십억이 필요하네 라고 말하지만, 많은 것을 덜어내고 살면 1억도 안들 수 있습니다. 자급자족의 터전을 다시 살려내야 합니다. 아무 것도 없이도 땀흘려 일하면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는 안전망은, 무작정 돈이 들어가는 인위적 복지가 아니라 자족의 터전을 다시 일구는 것으로 가능해집니다. 나이들어 은퇴한 뒤 농촌으로 돌아가 몸 움직여 생산활동을 하고 공동체 속에서 행복하게 삶을 마무리할 공간을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2060년이 되면 현재의 적립금이 0원이 된다는 끔찍한 국민연금을 이대로 두면 안됩니다.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새로운 위험부담을 키우기 보다는 농촌에 투자해야 합니다. 한달에 50만원 100만원으로도 충분히 노후생활이 가능하도록 우리 농촌에 투자해야 합니다. 노인세대들이 모여 농사짓고, 함께 치료와 여가생활도 즐길 수 있는 공동체 타운을 농촌에 만들어야 합니다. 공동으로 경작할 토지를 개발하고, 노령의 인구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경량 농기계 개발에도 투자해야 합니다.


돌아갈 곳이 있는 노년은 두렵지 않습니다. 그러자면 많은 돈 들이지 않고 건강한 노동으로 건강한 먹을 거리를 생산하며 문화와 치료가 가능한 공동생존의 터전으로 농촌을 개발해야 합니다. 스스로 생산하며 생존하는 노년의 삶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정부 지원금에 의존해 살아가며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지우는 삶에서 벗어나는 길이란 생각이 듭니다, 복지의 수혜자로 요양원이나 전전하는 삶은 그 자체로 비극입니다. 일하다 죽는 삶, 그것이 존엄한 인간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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