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앞만 보며 달려가던 삶에서, 뒤도 돌아보며 사는 자세로 조금씩 변해간다는 느낌입니다. 문득문득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시간들이 그야말로 일장춘몽(一場春夢)과 같습니다. 5년 전, 10년 전의 일들이 마치 어제의 일처럼 생생합니다. 시간이 빛의 속도로 흐르지만, 우리의 기억도 그 속도를 따라다닙니다. 그래서 우린 늘 과거와 함께 오늘을 사는 존재입니다. 아련하지만 또렷한 기억, 인간은 과거의 포로입니다.
정치인들이 호흡하는 현장에서 함께 살다보면, 그들은 과거는 거의 생각하지 않고 미래도 별로 생각하지 않으며 사는 듯합니다. 얼핏 들으면,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간다는 의미로 오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닙니다. 그냥 뒤와 앞을 잘 살피지 않고, 눈앞에 닥친 ‘오늘’만 보며 산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다 보니, 성찰(과거)도 없고 고민(미래)도 없습니다. 당장 내게 닥친 이익과 손해에만 집중하며 살아갑니다. 공천과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탈당을 쉽게 하고, 불법을 예사로 여깁니다.
어린 자식을 데리고 길을 걷는 부모는, 아장아장 뒤따라 걸어오는 아이를 자꾸 돌아봅니다. 행여 넘어지거나 다른 길로 가지는 않는지 주의 깊게 살핍니다. 앞세워 갈 때에도 뒤에서 과속하는 차나 행렬이 따라오지 않는지 뒤를 살핍니다. 뒤를 본다는 것은 이처럼, 내가 아닌 다른 존재를 염려하는 마음입니다. 나만 생각지 않고 다른 존재를 함께 살피는 마음입니다.
정치인도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나만 오래 하겠다는 욕심으로 후배들의 앞길을 막으면 안 됩니다. 나만 좋은 자리 차지하려고 남을 자빠뜨리면 안 됩니다. 자꾸 뒤를 돌아보며 내가 도와줘야 할 사람,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살피는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가끔씩 뒤를 돌아보며 살게 되었습니다. 피가 펄펄 끓을 때에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젊음은 전진하는 역동성을 주었지만, 점점 들어가는 나이는 오르막과 내리막도 살필 수 있는 여유를 주었습니다. 속도와 성과를 중시하던 눈이, 손해와 양보의 중요성도 알게 되는 눈으로 변해갑니다. 나이가 주는 은혜요 축복입니다.
지금 한번 뒤를 돌아보세요.
나로 인해 힘들어 하는 사람은 없는지, 나로 인해 도전을 포기한 사람은 없는지. 거기 내 자식들이 함께 포함되어 있지는 않은지, 이젠 찬찬히 돌아보고 천천히 걸어가야 할 때는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