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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pientia Veritasque Jun 02. 2022

2% 부족한 곳을 메우는 1집 확장팩

Live & Techno Mix - 서태지와 아이들

Tracklist

01. 내 모든 것 (Live)
02. 환상속의 그대 Part II (Techno Mix)
       (Live)
03. 이제는 (Live)
04. Taiji Beat Box (Live)
05. 난 알아요 (Blind Mix) (Live)
06. 환상속의 그대 Part III
       (Techno Taiji Mix)
07. 이 밤이 깊어 가지만
      (Extended Dance Mix)
08. 환상속의 그대 Part IV
      (Techno Super Club Mix)
09. Rock'n Roll Dance
       (93' Metal Version)

내 모든 것 당신께 말해 주고 싶어


1992년 짠 하고 등장한 서태지와 아이들.  무대에서의 7.8이라는 평점이 낯 뜨거울 만큼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며 쉴 틈 없이 스케줄을 소화해 냈지만, 범 제작의 거의 모든 부분을 혼자 담당하는 과정에서 처음이라는 시행착오가 주는 아쉬움과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1집 다음으로 나온 음반은 2집이 아닌 1집의 '확장판' 격인 본작 <Live & Techno Mix>입니다. 닉값 충실하게 1집 몇몇 곡의 Live  Remix 버전들이 실려 있는데, 1집과 비교해 보면서 서태지가 어떤 부분을 부족하다 느꼈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보완하려 했는지에 대해 보고자 합니다.


단지 그것뿐인가 그대가 바라는 그것은


우선 필자가 주목한 것은 '내 모든 것'이 첫 트랙으로 실린 점입니다(LP는 B 사이드에서 첫 트랙입니다). 1집에서 '내 모든 것'은 'Live Mix'로 실렸고, 도입부에 팬들의 환성과 박수가 나옵니다. 그것이 실현되는 순간이 바로 이 트랙입니다. "Alright~!"을 외치며 등장할 때 열광하는 팬들의 함성 서태지는 어떤 기분으로 들었을지 궁금합니다.

다음 트랙 '환상속의 그대' 역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특이하게 'Part #'가 붙은 이 곡은 2집 발매 후 나온 라이브 앨범 <93' 마지막 축제>에서까지 총 5개의 Part가 붙습니다(원곡이 Part 1인 셈입니다). 추후 솔로로 나와서도 계속 변하는 점을 볼 때 서태지가 이 곡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Part 2에서부터 그 유명한 "Hey man! It's me, Bart Simpson" 샘플이 나오고, 곡의 구성 자체는 원곡과 같이 가지만 악기 사운드가 다릅니다. 'Farewell To Love'의 샘플도 2마디 더 들어갔죠. 전반적으로 원곡에서 Part 3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느낌입니다.

'이제는'은 살짝 키가 높아진 것과 후렴에서 여성 코러스가 가사 몇 마디를 대신해주는 것 외엔 거의 원곡과 비슷합니다. 1집의 발라드 곡들 중 '이 밤이 깊어가지만'은 뒤에 remix로 실리고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는 가사 내용상 안 부르는 게 나은 곡인만큼 이브 무대를 채울 발라드 곡으로 적격입니다. 트랙 초반의 살짝 낯간지러운 멘트만 지나면 잔잔한 라이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팬들을 위한 보너스 느낌인 서태지의 비트박스 트랙을 지나면 바로 그 명곡, '난 알아요'가 등장합니다. 특이하게 영어 버전인 'Blind Love'와 매시업이 된 것으로, 본디 락 음악에 뿌리를 둔 서태지가 힙합/랩 음악에 대해서도 가볍지 않은 마음가짐을 두었으리라 짐작케 합니다(이것은 후속작에서 '우리들만의 추억'으로 이어집니다). 이 곡을 마지막으로 라이브 파트가 마무리됩니다.

라이브 파트는 전반적으로 팬들의 소리가 더해진다는 측면과 함께 최대한 원곡을 얼마나 새롭게 들려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한 흔적이 보입니다. 이후로도 서태지는 라이브 앨범에서 자신이 발표한 곡들을 여러 차례 새롭게 다듬어 들려주곤 합니다. 스스로도 곡들을 더 발전시키는 한편 팬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되는 것이지요.


그대는 새로워야 한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꾸고
새롭게 도전하자


Techno Mix 파트에서는 기존 곡들을 새롭게 선보입니다. 특히 '환상속의 그대'는 2가지의 remix 버전이 실려 있는데, 이중 Part 3는 우리에게 익숙한 스타일입니다. 서태지도 이 버전을 맘에 들어했는지 이후 나오는 <Goodbye Best>나 15주년 앨범에 이 버전을 넣었습니다. 자는 Part 3를 먼저 듣고 한참 후에 원곡을 들었는데, 전반적으로 Part 3 쪽이 더 세련된 느낌에 분위기도 더 신나고 보컬들도 좀 더 깔끔하게 다듬어졌습니다(전체적으로 1집에서의 보컬은 살짝 뜨는 느낌인데, 본작에서의 보컬은 샘플링된 'Farewell To Love' 역시 원곡의 락 사운드를 살리면서도 곡에 잘 녹아들게 배치했는데, 이런 것들을 종합해 보면 원래 '환상속의 그대'를 타이틀로 하려고 했던 서태지가 이 곡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가 잘 드러나 보입니다.

다음 트랙인 '이 밤이 깊어가지만'은 원곡에 비해 더 리듬을 살려서 dance mix에 맞게 편곡이 됐습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곡 자체의 느낌은 슬프고 아련한 정서가 강한데, 리듬의 느낌은 강렬하고 춤에 최적화된 느낌이어서 이 두 부분이 상충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악기를 과하게 배치하지 않아 후렴부에서 원곡의 서정적이고 아련한 분위기를 크게 해치지 않고 있습니다.

다음 트랙은 '환상속의 그대 Part 4'입니다. 도입부부터 뭔가 공포영화에 나올 듯한 느낌으로 무겁고 음침하게 시작해서 당시에 어린아이들이 기피했다고  정도였다죠. Part 3가 원곡을 보완하여 방송용으로 더 다듬은 느낌이라면 Part 4는 Part 3에서 더 나아가 자신의 역량을 쏟아부어 다양한 variation을 시도한 느낌입니다(그리고 <'93 마지막 축제>에선 무려 이 버전으로 라이브를 합니다). 확실히 Remix 파트 중에서도 가장 진행이 변칙적이고 실험적이라는 게 드러납니다.

마지막 곡은 'Rock&Roll Dance'입니다. 곡이 댄스 리듬을 기반으로 해서 'Back In Black'의 샘플을 얹은 느낌이라면 이번 Remix는 밴드를 베이스로 해서 철저히 락 음악으로서의 느낌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도입부와 끝 부분에 Studio Live의 느낌을 살려서 대화 등의 날목소리(?)가 들어가 있는데, 다분히 공연을 염두한 듯한 구성이라 서태지의 센스가 느껴집니다.


어떤가 신나지 않은가


이 음반의 Tape와 CD 커버는 음료수 캔을 위에서 찍은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물론 없었지만, 지금 와서 의미를 더한다면 '1집에서의 부족한 2%를 채워주는 앨범'이라고 해볼 수 있겠습니다. 명 1집은 1990년대 초반 대한민국 대중음악에 신선한 충격을 준 음반이지만, 서태지는 그 정도로 만족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힘으로 만든 첫 결과물을 보완할 줄 아는 욕심과 열정은 이후 서태지와 아이들의 이름으로 낸 3장의 정규앨범 및 솔로로 낸 6장의 정규앨범에도 여실히 반영됩니다. 그렇기에 서태지라는 이름에 '문화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Recommendation

- 내 모든 것 (Live)

- 환상속의 그대 Part 3

- 이 밤이 깊어가지만 (Extended Dance Mix)

- Rock'n Roll Dance ('93 Metal Ver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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