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밑바닥을 확인하는 것은 그만하고 싶었다
많이도 싸웠다.
8년 가까이 사는 동안 무던히도 많이 싸웠다.
기억도 나지 않는 사소한 일들이 모두 싸움거리가 되었다.
폐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나의 최악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확인하게 되는 순간들이었다.
내가 이렇게 비루하고 유치하며 한심한 사람인가 자주 묻게 되었다.
어디까지 떨어질지 두려웠다.
싸우지 않을 방법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을 살 자신이 없었다.
행복할 것 같지 않았다.
돌아보면 내 잘못도 많았다.
지금보다 어렸고
지금보다 미숙했으며
지금보다 마음의 여유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였다 해도 파국을 피할 수 있었을 거란 확신은 없다.
당시에는 이혼이 최선이었다는 생각에 지금도 변함이 없다.
무엇보다 이혼을 후회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내 밑바닥을 스스로 반복해서 확인하게 되는 비참함을 더는 느끼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괜찮은 사람이고 싶었으나 결혼 생활 내내 난 전혀 그렇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다.
나의 최소한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혼은 잘한 선택이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