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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군 Aug 07. 2023

행복한 부부

행복한 부부에 관한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고찰 

결혼하면 잘 살 줄 알았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대충주의자'여서 크게 다툴 일은 없을 줄 알았다. 

큰 착각이었고 용감한 무지였다.

결혼은 보통 동거를 전제로 한다. 

내가 지금은 안 만나고 싶다고 해서 며칠이고 안 볼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는 말이다. 

안 보고 싶다고 집에 안 들어가면 그건 '가출'이 된다. 

또한 부부는 가족이긴 한데 혈육은 아니다. 

혈육은 아닌데 혈육보다 더 가까운, 그리고 가까워야 하는 사이다. 

때로는 부모보다 우선시되고, 우선시되어야 하는 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제자매에게 보다, 부모에게 보다 더 옹졸해지기 쉬운 사이다. 

그러다 보니 저녁을 어떻게 먹을 건지로 시작한 대화가 각방을 쓰게 되는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유체이탈해서 보면 참으로 유치하고 어이없고 한심한 싸움이다. 

그러나 두 당사자는 더없이 진지하고 그래서 더 화나고 억울하고 괴롭다. 

그런 게 부부고 부부 싸움이다. 

결혼이라는 것이 혼자일 때보다 더 행복하고 싶어서 하는 것일 텐데 과연 행복한 부부는 얼마나 될까?

다행히도 얼마 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믿고 싶다) 

내 주관적인 느낌으로 보면 행복한 부부는 30% 정도 아닐까 싶다. (행복해 '보이는' 부부 포함이다) 

50% 정도는 같이 살아도 되고 안 살아도 아쉬울 거 없는 사이다. 

가족과 남의 중간 어디쯤에 있는, 데면데면한 동거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관계다. 

그리고 나머지 20%는 상대방의 뒤통수만 봐도 이유 없이 부아가 치미는 사이다. 

기분 좋게 집에 들어왔다가도 그 뒤통수만 보면 갑자기 화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관계다.

이혼하고 싶지만 자식 때문에, 경제적인 문제로, 심지어 귀찮아서 그냥 사는 남보다 못한 사이 되겠다.

그럼 30%의 행복한 또는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중 10%는 행복해 '보여야' 하기 때문에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다. 

곧 죽어도 자기 힘든 얘기, 아픈 얘기, 초라한 얘기는 못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람둥이 남편도 다른 사람 앞에서는 세상 둘도 없는 다정한 남편이어야 하고, 

사고만 안 처도 감사하는 자식새끼들은 능력까지 있는 효자 효녀여야 한다.

일종의  쇼윈도잉꼬부부라 하겠다. 

그 나머지 20%는 비교적 드문 17%와 극히 드문 3%로 나눌 수 있겠다.

먼저 17%부터 보자. 

부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을 통해 행복을 '함께' 누리고 사는 경우다.

어느 한 명이 전적으로 참고 인내하고 노력하여 상대방의 불평불만과 서로간의 다툼을 차단한다.  

그 관계는 평온하고 행복해 보일 수 있다. 

일방적으로 희생하던 한쪽이 자기 삶에 대하여 깊은 회의감을 느끼는 현타의 순간이 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관계의 시작은 서로의 매력으로 이루어지지만 관계의 지속은 누군가의 성숙으로 이루어진다'는 명언이 적용되는 는 부부 되겠다.

마지막으로 '문제적인' 3%가 있다. 

남편과 아내 둘 다 진심으로 행복한 부부다. (그런 부부가 실제로 있을... 것이다) 

부러운 인생들이다. 

삼대가 복을 지은 사람들이다. 

물론 이 수치들은 근거가 없다. 

그냥 내 느낌이고 내 상상이다. 

그래서 결론이 무엇이냐?

행복한 부부가 되기 위해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거냐?

일단 부부 둘 다 진심으로 행복하기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분명히 해두자.

그럼 일방적으로 날 위해 참고 인내해 줄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그것도 로또 5만 원 당첨만큼이나 아주 흔하지는 않음을 또 분명히 해두자. (그래도 로또 5만 원의 확률이니까 희망은 가질 만하다) 

결과적으로 내가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위해 참고 인내하고 노력하는 것이 그나마 가능성이 높다. 

그 노력에 감동하여 상대방이 교화되면 더 좋고 아니어도 그건 자신의 팔자인 거다.

이게 확률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행복한 부부가 되기 위한 방법 되시겠다. 

결혼한 혹은 결혼했던 모든 사람들이여!

그렇게 할 자신이 없다면 혹은 없었다면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하여 슬프거나 노여워 말라. 

절대적인 희생을 각오하지 않은 또는 않았던 이상 폭풍 같은 당신의 결혼 생활은 예정된 운명의 흐름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지옥도 속에서 아직 헤매고 있으나 빠져나오기 힘든 사람들에게는 별도로 한 가지 위로를 해주고 싶다. 

그렇게 좋기만 해서 사는 부부 별로 없다. 

그놈이 그 놈이고 그 x가 그 x다. 

사람 사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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